부동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중산층 '내집 마련' 소요기간 12년 늘었다
입력 2022-01-31 21:02  | 수정 2022-01-31 21:08
[사진 = 연합뉴스]

'4년(2014년) → 16년(2021년)'
도시에서 사는 중산층 가구가 서울 중간대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7년 새 위와 같이 변했다.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산층은 가히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했다. 2014~2016년만 해도 30대 초반에 결혼해 목돈 1~2억원을 모아 대출 받으면 강남은 아니어도 서울 중간 아파트(마용성 20평대, 노도강 30평대)는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위 아파트를 가려면 최소 4억원은 있어야 한다. 평범한 직장에 부모 지원이 없는 가구는 도저히 꿈 꿀 수 없는 가격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한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길 거부하고 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본 기사는 그동안 얼마나 서울 아파트가 올랐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정책적 목표를 가져야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를 '데이터(Data)'를 통해 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소득 3% 상승·집값 3% 하락'이라는 3·3 공식이 향후 청년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길이란 점을 알리고자 한다.
① 중산층의 잃어버린 10년

너무 높아져버린 서울 아파트 가격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사회초년생은 애시당초 서울 아파트 접근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과연 그럴까? 이를 분석하기 위해서 3가지 통계(한국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통계청 가계소득조사 상의 도시근로자 월평균 명목소득, 그리고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를 기반으로 검증했다. 주담대 금리와 명목소득에 DTI 40%(소득이 100만원이면 40만원을 원리금으로 갚는 것)공식을 적용해 대출가능금액(A)을 산정했다. DTI 40%로 가정한 것은 국제적으로 이정도 수준까진 건전하다고 여겨지고 있으며, 소위 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은 아니기 때문이다. LTV는 정권별로 시기별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이번 분석대상에선 제외했다.
이번 분석은 '중산층(소득 중위가정)이 얼마를 모아야 서울 중간대 아파트에 진입 가능한가'를 보여주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B)서 대출가능금액(A)을 뺀 목돈(C)을 구해봤다. 목돈(C)만큼은 확보해야, 30년 만기 대출을 해서 중위 아파트(B)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목돈(C)을 모으는데 중위 가구는 얼마나 모아야할지도 계산했다. 여기서도 DTI 40%와 마찬가지로 월소득의 40%를 모았다고 가정했다. 이를 통해서 몇개월(D)을 모아야지, 중위 아파트를 사기 위한 목돈(C)을 모을 수 있는지를 계산했다. 한 눈에 보면 다음과 같다.
중산층(중위가구) 도시근로자가 서울 아파트를 사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목돈 (위 표에서 맨 오른쪽서 두번째 칸)을 보면, 2013~2016년엔 1억원만 모아도 중위 아파트 가격이 접근이 가능했다. 당시 구축 아파트 기준 공덕역 약수역 인근 30평대 아파트가 5억원 중후반인 때다. 해당 시기 1억원을 모으려면, 중산층 근로자는 부모 도움 없이도 월급의 40%씩 모으면 4년 정도면 가능했다.
물론 중위 가구가 당시에도 강남 아파트 (30평대 기준 8억~10억원대)를 사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충분히 구축 아파트에 대한 접근성이 좋았다. 오죽하면 당시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미분양이 날 정도였다. 중산층 입장에선 '누구나 노력하면 중위 아파트는 살 수 있는 시기'가 바로 박근혜 정부(2013~2016년) 때였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 이 난이도는 급상승한다. 소득이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서 중산층 가구의 대출여력은 박근혜 정부 시기보다도 1억원이 더 많아진다(4억원대 → 5억원대). 하지만 그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훨씬 더 많이 올랐다. 중위 가구 기준으로 근 4억원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처참하다. 중산층 가구가 4년이면 접근 가능하던 서울 아파트가 '16년'(2021년 기준) 모아야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변했다. 일반적인 중산층들은 서울 아파트는 꿈도 못꾸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칭해도 될 정도다.

참고로 노무현 정부 폭등기 때 당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통계는 없지만, 당시에 버블 세븐(강남3구, 목동, 평촌, 분당, 용인) 말고는 대세 상승은 아니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서울 중산층 가구는 서울 성북구, 은평구 정도는 충분히 30평대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다리가 끊겼다.
현재 목돈이 없는 중산층 가구가 최대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은 6억원 남짓이다. LTV 70%가 되는 보금자리론이 가능한 곳이다. 보금자리론이 가능한 곳을 현재 매물 기준으로 찾아보니, 10평대 아파트 혹은 나홀로 아파트만 접근이 가능했다.
한 30대 초반 무주택자는 "10년을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꿈도 못꾸니 희망마저 없는 것 아니겠냐"며 "이러니 애를 낳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출산율은 2015년 1명에서 2020년 0.64명으로 떨어졌다.
② 중산층에게 희망을 주려면?

이제는 균형추가 필요한 상황이다. 청년층에게 희망을 주자면서 아파트를 급락시킬 수는 없는 처지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 아파트 가격을 더 올리거나 그대로 방치하는 것도 미래 세대를 위해선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연착륙을 하면서 동시에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목표치를 새로 만들어야 할 때인 것이다.
여야 모두 부동산 관련해서 대량의 공급 폭탄 (이재명 후보 311만 가구, 윤석열 후보 250만 가구)를 예고했다. 각종 건축 인허가와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도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목표치'가 없다. 얼마나 가격을 떨어트릴 것인지, 그래서 중산층이 희망을 가지게끔 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 일자리를 올려서 명목소득을 한 해 3% 씩 올리고, 공급과 건축 인허가 규제 정상화 등을 통해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을 연평균 3%씩 감소시킨다고 가정해보자.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반영해서 연(年) 4%로 가정했다. 물론 이 같은 수치는 연마다 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부동산 가격 연착륙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값이다.
이럴 경우, 다음 정권이 끝날 무렵인 2027년이 되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원 초반이 되고, 대출 여력은 5억대 중반이 되서 2억원 중반 가량을 모으면 서울 중간대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다. 가구소득이 또 5년간 약 100만원 가량 오르게 된 것이니, 이를 감안하면 중산층 가구가 10년을 모으면 충분히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된다. DTI를 더 늘리거나 (대출을 더하거나) 혹은 월평균 모으는 저금을 더 많이 하거나 혹은 주식 등의 다른 재테크를 잘하면 충분히 중산층 가구도 10년 내로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있다.
'3·3(소득 3% 인상·집값 3% 인하)'를 2030년까지 8년 간 밀어붙이면, 다시 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중산층이면 누구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을 살 수 있는 시기가 다시 도래하는 것이다. 2029~2030년이 되면 다시 1억원 중후반대만 목돈을 모으면 충분히 서울 아파트 입성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연착륙 정책은 소위 말하는 영끌러들이 대피할 수 있는데도 도움이 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가격 급락기에 가장 먼저 부동산을 내놓는 가구가 '영끌 가구'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해주는 것, 그러면서 동시에 정책 목표 로드맵을 만들어서 무주택자에게 희망을 주는 주거정책이 중요하다.
"어차피 이번 생은 망했어 (이생망)"이라며 자조하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내 집 마련도 못할바에 그냥 욜로족으로 살자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연착륙과 소득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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