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진짜 다 오르네, 내 월급만 빼고”…치솟는 밥상물가에 서민들 울상
입력 2022-01-31 19:50 
커피숍 사진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주부 최모씨(48)는 장을 보러 갈 때마다 가격표를 보고 물건을 내려놓는 횟수가 잦아졌다.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라 조금만 사도 10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채소, 과일, 고기, 라면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가계 상황은 이전과 비슷한데 식료품 가격은 계속 오르니 부담만 커진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모씨(33)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이 씨는 대학가 장사라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커피값을 몇 년 째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원두값이 계속 오르자 결국 올해 초에 커피 가격을 400원 인상했다. 이 씨는 "대학가에 사람이 줄어 매출도 줄었는데 원두값까지 오르니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했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식료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원두와 설탕, 대두 같은 원재료 값이 급등하자 원재료를 가공해서 판매하는 이들이 가격 인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가격을 올린 것이다. 대부분 서민 생활에 밀접한 식품들이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식료품 원재료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기본 원재료로 쓰이는 설탕 가격은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파운드당 18.88센트를 기록하며 지난해 최저 가격이었던 4월보다 28.3% 올랐다. 커피 원두도 지난 10월 19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선 커피C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2.33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1년 만에 약 2배 가까이 상승한 가격으로 9년 만에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는 설탕 원료와 원두를 재배하는 브라질 산지에서 지난해부터 가뭄이 발생해 재배 사정이 악화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아르헨티나 등에 있는 대두 산지에서도 이상 기후가 발생해 대두 생산이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식료품 물가와 외식 물가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커피의 경우 카페부터 인스턴트커피까지 일제히 가격이 오르는 중이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는 음료 가격을 최대 400원, 탐앤탐스는 최대 800원 인상했다. 동서식품도 8년 만에 인스턴트커피 가격을 올렸다. 또 CJ제일제당은 된장과 고추장 같은 장류 가격을 다음 달부터 평균 9.3% 올릴 예정이다. 라면도 지난해 이상기후로 주원료인 밀의 작황 피해가 커지면서 수확량이 줄어 수입 단가가 8년 만에 최고점 찍자 출고가를 인상한 바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이상 기후 현상으로 원재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난과 국제 유가 인상 등 여러 요인이 더해지자 가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는 상승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02.50으로 전년 대비 2.5% 올랐다. 이는 2011년 4% 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생산자물가지수도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의 평균 생산자물가지수는 109.5으로 1년 전보다 6.4% 상승했다. 지수 자체로는 196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기획재정부는 "국제유가 상승 지속, 재료비 반영에 따른 가격 상승, 기후 문제 등으로 물가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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