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하이네켄이 쏘아 올린 가격 인상…4캔 1만원, 옛말 된다
입력 2022-01-31 16:42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새해 초부터 식음료 가격이 연일 인상 중인 가운데 맥주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원재료 가격상승과 국제 물류대란이 맞물린데다 오는 4월 주류세 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3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수입 맥주 칭따오는 최근 납품가를 인상한다고 주요 편의점들에 전달했다. 500㎖기준 4캔에 1만원이던 칭따오는 내달 2일부터 1만1000원으로 가격이 상향 조정된다.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버드와이저와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 등도 똑같이 4캔 1만1000원으로 가격이 오른다. 일본 맥주 아사히와 삿포로도 내달부터 개당 기존 2500원에서 2750원으로 가격이 10% 오른다.
수입 맥주뿐만 아니라 수제 맥주도 마찬가지다. 제주맥주의 경우 내달 1일부터 제주위트에일과 제주펠롱에일 등 맥주 6종의 공급가를 10% 인상하기로 했다. 이들 역시 4캔 행사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초 하이네켄코리아가 편의점 4캔 행사 가격을 1만1000원으로 조정하면서 가격 조정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의 가격 인상 부담이 컸음에도 상호 간 경쟁 때문에 소비자가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하이네켄코리아가 출발선을 끊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맥아와 홉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른 영향이 가장 컸다. 여기에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이 더해졌고, 알루미늄 캔 가격까지 전 세계적으로 오르면서 가격 인상 부담이 극에 달한 것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 업계 관계자는 "누구 하나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특정 기업에 쏠릴 것을 다들 우려했다"며 "그래서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도 주류 쪽은 서로 눈치 보고, 피 보며 버틴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중소 브루어리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수제 맥주 회사일수록 자본력이 약해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라며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대외적인 이미지 관리 때문에 차마 먼저 시작은 못 했다"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가격 인상과 별개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4캔 판매 행사가가 10% 올랐음에도 캔당 소비자가격이 그대로인 맥주도 일부 있다는 점이다. 맥주를 단품으로 구매할 때 가격은 똑같은데 4캔 행사가만 1000원이 올랐다는 말이다.
단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행사가만 오른 이유는 소비자들이 대부분 행사가에 맞춰 4캔씩 구매하기 때문이다. 시중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맥주(500㎖)를 단품으로 사면 대개 3500~4000원 사이인데 행사가를 적용하면 개당 2500~3000원 사이에 구매할 수 있어서다.
기업으로서는 단품 가격을 조정해봐야 소비자의 반발만 자아낼 수 있으니, 단품 가격 인상보다 효과적인 행사가 인상에 나서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4캔 1만원 맥주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는 4월부터는 주세법 개정으로 맥주에 붙는 세금이 1ℓ당 20.8원씩 오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수입 맥주와 수제 맥주뿐만 아니라 국산 맥주의 공급가 역시 곧 오를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국산 맥주 제조업체 관계자는 "당장 결정된 사안은 없다"면서도 "가격 상승 요인은 좀 있다. 또 아무래도 대기업들이 결정하는 방향에 중소 브루어리들도 따라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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