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명절 '괌 사정권' 미사일 발사…서욱 "즉각대응 태세 유지"
입력 2022-01-31 15:53 
지난 2017년 북한 '화성-12'형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의 모습 / 사진 = 연합뉴스
북, IRBM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
서욱, 미사일사령부 대비태세 점검
외신도 관련 소식 신속 보도…김정은 의도 분석
전문가 "추가 도발 ICBM 가능성"

북한이 설 연휴 이틀째였던 어제(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IRBM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오늘(31일) 보도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육군 미사일사령부를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했습니다.

북,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 진행

북한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 등 관계 기관이 30일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보도했다. / 사진 =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싸일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검수사격 시험은 생산된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시험발사하는 것입니다. 화성-12형이 생산체계를 갖추고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조중통은 "주변국 안전을 고려해 동해상으로 최대고각 발사체제로 사격시험을 진행했다"며 "국방과학원은 미싸일전투부에 설치된 촬영기로 우주에서 찍은 지구 화상자료를 공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통해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개된 사진에는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화성-12형이 발사되는 모습과 미사일 탄두부에 설치된 카메라로 찍은 지구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AP통신은 다만,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사진이 진짜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이번 발사에 대해 "화성-12형 IRBM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2017년 5월 14일 발사된 화성-12형 IRBM 미사일의 제원과 유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28일과 이달 11일과 15일, 여러차례에 걸친 미사일 시험발사 등 활동의 의도를 '중장거리 미사일 활동 재개 및 대륙간 탄도탄 재진입체 기술확보 목적'으로 의심할 수 있으며, 이번 발사 역시 연장선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화성-12형 미사일을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김정은이 2018년 6월 제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대미 신뢰조치 차원에서 같은 해 4월 당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내린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의 일부를 파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17년 화성-12형 시험발사의 제원은 비행거리 787km, 정점고도 2,111.5km이고 30일 발사는 비행거리 약 800km, 정점고도 약 2000km입니다. 조중통 보도대로 '동해상으로 최대고각 발사체제'로 사격시험을 진행했다면, 정상 각도인 30∼45도로 미사일을 쏠 경우 최대 사거리는 4500∼5000㎞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평양에서 직선으로 약 3400km 거리인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평양에서 미국 본토인 워싱턴 DC까지는 약 1만 1000km 정도입니다.

서욱, 미사일사령부 방문

서욱 국방부 장관이 31일 육군 미사일사령부를 방문해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모습 / 사진 = 국방부 제공

이런 가운데 서욱 국방부 장관은 오늘(31일) 육군 미사일사령부를 방문했습니다. 미사일사령부는 우리나라 미사일 작전 수행의 핵심부대로 우리 군 최신예 미사일을 운용합니다.

국방장관이 미사일사령부 방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지난 2016년 1월 한민구 당시 장관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방문했을 때 이후로 6년 만의 일입니다. 그간 북한의 미사일 도발 때마다 '미사일' 표현마저 조심스러워했던 군 당국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모습을 연출한 것입니다.

서 장관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가운데 우리 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우리에게 직접적이면서도 심각한 위협이고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외신 반응 '민감'…김정은 의도 해석 분주

외신들도 북한의 검수사격 시험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진 의도를 해석하는데 분주했습니다.

AP통신은 "이번 발사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를 더욱 압박하고 잠재적인 추가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서막일 수 있다"면서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할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최근의 잇단 미사일 도발이 제재 완화나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을 전했습니다.

CNN은 북한을 '불량국가(rogue state)'로 칭하면서 "새해 4주 만에 이뤄진 7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김정은이 내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분투이자 격변하는 국제사회에서 평양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몸부림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저 어제(30일 시험발사)일만 문제가 아니다. 한 달간 이뤄진 일련의 시험발사 전체가 문제"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더 이상의 '시험'을 삼가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에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지 않았고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미국이나 남한을 비난하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북한의 이번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특정 국가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국방력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취해졌다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의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에 대해서는 중국도 매우 비판적"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 채택 여부를 지켜본 뒤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 재개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만약 행동에 나선다면 핵실험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의 검수사격 시험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핵실험은 백두산 폭발을 자극하는 동시에 중국 동북지방에 지진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중국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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