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 이틀 만에 23% 빠진 LG엔솔...사야할 때? 팔아야 할 때?
입력 2022-01-31 13:46 
[이충우 기자]

단군 이래 최대 IPO(기업공개)로 불린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주가가 크게 빠졌다. 상장 과정에서 공모주를 받은 개인과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의 실적에 비해 공모가와 시초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점이 주가 하락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 가격대라면 주가 상승여력이 있어 충분히 매수해볼만 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31일 증권가에 따르면 상장 이틀째를 맞은 LG에너지솔루션은 전일 대비 5만5000원(10.89%) 내린 4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이었던 전날 시초가는 59만7000원이었다. 이틀 만에 시초가 대비 24.6%나 빠진 것이다. 하지만 공모가 30만원 기준으로는 여전히 50.0%나 높은 가격이다.
대형 IPO 기업이 상장 초기 차익 실현 매물에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도 상장 첫날 23만원으로 단기 고점을 찍은 뒤 엿새 후에는 장중 14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번에도 공모주를 받은 개인과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상장 첫날인 27일에만 개인은 1조4393억원 어치를, 외국인 투자자는 1조500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모주 가운데 1097만주가 배정됐는데 상장 첫날에만 26.3%인 289만주가 매물로 나왔다.
이틀 연속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공모가와 시초가가 너무 높았던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월 중순 105만원까지 올랐는데 당시 시총이 70조원대였다.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할해 설립한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은 상장 첫날 118조원, 둘째날인 이날 105조원이다. 과거 LG화학의 주가를 감안하면 현재 주가도 고평가라고 볼 여지가 있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전통적 잣대인 주가이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의 현 주가는 확실히 비싼 편인 게 사실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927억원으로, 연환산한 영업이익은 9236억원이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PER은 127배다. CATL의 PER 133배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와있다. PER은 높으면 높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의 PER은 국내 증시 대표적인 성장주로서 고PER이 용인되는 NAVER(37.6배), 카카오(57.5배) 같은 인터넷 기업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통상 PER은 8~10배를 적정한 수준으로 본다. 삼성전자의 PER은 8.2배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를 감안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모두 8곳으로, 이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50만7500원이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분포를 보면 30만원대는 유안타증권(39만원) 1곳, 40만원대는 NH투자증권(43만원), 삼성증권(44만원), SK증권(43만원) 등 3곳, 50만원대는 유진투자증권(52만원) 1곳, 60만원대는 한국투자증권(60만원), 메리츠증권(61만원), 현대차증권(64만원) 등 3곳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날 종가 45만원에서 10% 정도의 상승여력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는 상장 전 제출한 증권신고서 상의 기업가치보다도 낮아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과정에서 스스로의 기업 가치를 주당 48만원, 시가총액 115조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당시 비교기업은 세계 1위의 배터리업체인 중국의 CATL과 삼성SDI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밸류에이션은 CATL과 삼성SDI의 중간 수준에서 결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CATL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CATL이 배터리 1위의 업체이기는 하나 매출의 85% 이상이 중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CATL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만하다는 시각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5~2030년 CATL과 점유율이 역전되고, 수요 가시성이 높은 전방 모빌리티 고객사 확보로 수주잔고도 역전될 것"이라며 "2024년을 기점으로 양사의 이익률 격차가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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