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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이 곧 역사' 이정후, 비FA 최초 10억 꿈 아니다
입력 2022-01-31 11:02 
이정후가 비 FA 선수 최초로 연봉 10억 원에 도전하고 있다. 이정후이기 때문에 해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이제 연차별 최고 연봉 기록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미 두 걸음 이상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다음 연차 최고 연봉 기록까지 세워 놓은 상태다.
남은 것은 비FA 선수 최초로 연봉 10억 원을 달성할 수 있느냐 뿐이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4.키움) 이야기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키움과 연봉 7억5000만 원에 계약 했다. 지난 해(5억 5000만 원)에서 36.4%(2억 원)오른 금액 이었다.
한국 프로야구 6년차 최고 연봉 신기록이었다. 이전 기록은 류현진(당시 한화)가 갖고 있던 4억 원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미 기록은 앞서 나가고 있었다. 5년 차 연봉이 6년차 최고 연봉이었던 4억 원 보다 1억 5000만 원이나 많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정후는 이미 9년차 최고 연봉과 타이 기록을 세우고 있다.

2019년 NC 나성범이 받은 8년차 최고 연봉(5억5000만 원)은 5년차 때 타이를 이뤘다. 올해 연봉 7억5000만 원은 2014년 삼성 장원삼이 기록한 9년차 최고 연봉과 같은 금액이다.
연차별 최고 연봉에선 적수가 없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가 가는 길이 곧 역사고 신기록이다.
한 가지 목표로 해 볼만한 것이 있다면 비FA 선수로는 최초로 10억 원 고지를 밟는 것이다. 선동렬(당시 해태)이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1억 원의 연봉을 달성했던 것 처럼 상징적인 금액에 사인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물론 연봉 10억 원이 넘는 선수들은 이미 적지 않다. 100억 원대 FA가 탄생한 상황에서 연봉 10억 원은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비 FA 선수로 꾸준한 연봉 상승만 가지고 10억 원을 달성한 선수는 없었다. 사실상의 FA 계약이었던 박병호와 양현종의 케이스를 제외하고 매년 갱신 된 연봉이 쌓이고 쌓여 10억 원이 된 사례는 없었다.
때문에 이정후의 연봉 10억 원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한 번에 몫돈을 챙길 수 있는 FA가 아닌 선수가 순수하게 연봉 인상 만으로 10억 원 고지를 달성한다는 건 분명 뜻 깊은 일이다.
연봉 계약은 연 단위로 이뤄진다. 한 번도 삭감 없이 최고 연봉의 길만 걸어 온 이정후에게 걸림돌은 없었다.
앞으로도 무한 질주가 계속 될 것으로 예상 된다. 이정후는 현역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이상적인 스윙을 갖고 있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슬럼프를 겪을 수는 있어도 짧게 끊고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장착 돼 있다. 약점이 뚜렷하게 없다보니 슬럼프에 빠지더라도 너무 깊게 파묻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정후가 내년 이후에도 꾸준하게 자신의 타격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는 이유다.
이정후는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0.320 이하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최근 2년간은 장타율도 0.500을 넘겼다. 홈런이 많은 타자는 아니지만 2루타를 많이 치며 장타력까지 보여줄 수 있음을 입증했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이정후에게 걸림돌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미 7년차 최고 연봉을 넘어 선 이정후다. 연차별 최고 연봉을 넘어 10억 원의 연봉에 도달한다면 그것 또한 매우 중요한 역사가 될 수 있다.
키움은 재정적으로 넉넉한 구단이 아니다. 하지만 이정후의 연봉 계약을 포함해 성과에 대해선 분명한 보상을 해주는 구단이기도 하다.
이정후가 올 시즌에도 지난 해 못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면 지난 해의 인상액 그 이상을 안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연봉 10억 원도 꿈이 아니다.
이정후라면, 이정후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정후가 또 한 번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으며 순수 연봉 10억 원이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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