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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캠프에 '경쟁'이란 단어는 없다" 무슨 뜻일까
입력 2022-01-31 06:48 
류지현 LG 감독이 스프링캠프서 "경쟁"이라는 단어를 지우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들의 오버 페이스를 막기 위한 조치다. 사진=김재현 기자
"LG 캠프에 경쟁이란 말은 없습니다."
감독들은 '경쟁'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한 포지션을 놓고 경쟁 구도가 펼쳐진다는 것은 그만큼 팀 내에서 주전급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선수는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어도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 수록 감독은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경쟁을 즐기지 않는 감독이 있다. 단호하게 "경쟁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감독에게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류지현 LG 감독이었다.
LG는 경쟁이 치열한 부분이 여러 곳 있다.
일단 5선발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러 영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직 최종 낙점을 받은 선수는 없다.

외야도 경쟁이 치열하다. 바늘 구멍도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한 외야진을 구성하고 있지만 현재 주전으로 언급된 선수들이 무조건 그 자리를 지킨다는 보장은 없다.
내야수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며 1,2,3루서 경쟁 구도가 형성된 것도 LG엔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은 "LG 캠프서 경쟁이란 단어는 없다"고 선언했다. 경쟁이 자칫 과욕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최대한 경쟁이란 단어를 쓰지 않으려 하고 있다.
류 감독은 "감독이 경쟁이라는 단어를 쓰면 선수들이 받는 자극이 크다. 뭔가 더 보여주기 위해 오버 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하려고 하면 부상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경쟁이란 말을 싫어 한다. 실제 지난 해 경쟁 구도에 놓여 있던 선수들 중 적잖은 선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무리하며 보여주는 야구를 하는 것을 막고 싶다. 다른 사람과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캠프가 되길 바란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아프면 아무 것도 소용이 없다. 자신의 것에 최선을 다하며 캠프를 끝까지 완주한 선수에게 주전이 될 수 있는 찬스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주전 뎁스가 두꺼운 팀이다. 경쟁에서 이긴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감독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선수들은 경쟁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부담을 감독이라도 줄여 주겠다는 것이 류 감독의 판단이다. 경쟁이라는 단어를 캠프에서 지워내며 보다 건전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겠다는 계산이다.
기량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류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다.
감독이라도 경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며 선수들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의지가 확실하게 반영되는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는 뎁스의 팀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경쟁'을 지운 LG 캠프. 그 속에서 캠프를 완주하며 주전이라는 눈도장을 받을 선수가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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