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속세 0원에도 국보 경매 내놓더니 결국 유찰 '간송의 굴욕'
입력 2022-01-27 19:06 
경매 나온 국보 금동삼존불감 [사진 출처 = 연합뉴스]

"31억원에서 시작해 5000만원씩 올라갑니다. 세 번 호가하겠습니다. 32억, 32억, 32억. 땅."
27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 곽종우 경매사가 세 차례 호가를 불렀지만 간송미술관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563년)은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또 다른 간송미술관 국보 금동삼존불감(11~12세기) 역시 28억원 호가 세 번에도 응찰자가 나서지 않았다. 사상 첫 국보 경매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유찰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경매 나온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보의 경매 출품 소식이 알려지면서 온라인 블록체인 커뮤니티인 '국보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가 100억원 규모의 NFT(대체불가토큰)을 발행해 2점의 국보를 낙찰받겠다고 나서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26일 자정까지 모금액이 약 24억원에 그치면서 응찰을 포기했다.
이번 경매는 간송 전형필(1906~1962)의 후손이 2020년 내놓은 불상 2점에 이은 '간송 컬렉션'의 출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경매에서 유찰된 보물 금동여래입상과 금동보살입상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했다.
2년만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핑계로 다시 간송미술관이 국보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14일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위한 소장품의 매각"이라고 발표했지만 경매 수익이 미술관으로 귀속되진 않는다. 두 국보는 재단 소유가 아닌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 개인 소장인데다,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세도 발생하지 않는다. '은둔의 미술관'으로 최근 공개 전시가 뜸했던 걸 감안하면, 경영악화로 인한 재정난을 매각 목적으로 내세우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다. 이날 경매가 끝난 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간송 측의 요청이 오면 구매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보 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
이번에 출품된 두 국보는 모두 가치가 빼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은 6세기 초반 동아시아에서 호신불로 유행한 금동삼존불상이다. 한 광배 안에 주불상과 양쪽으로 협시보살이 모두 새겨진 일광삼존(一光三尊) 양식으로 한반도 내에서는 고구려에 의해 이러한 전형이 확립되었는데, 이후 백제와 일본까지 이어졌다. 특히 이 작품 광배의 뒷면에는 '계미년 11월 정일, 보화라는 이가 돌아가신 아버지 조귀인을 위해 만들다(癸未十一月丁日寶華爲亡父趙貴人造)'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정확한 조성 연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불교문화재 전문가인 최응천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삼국시대의 불상 중 연대가 가장 앞서는데다 보존 상태가 거의 완벽하다. 간송 뿐 아니라 한국 대표하는 문화재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국보 73호 금동삼존불감.
'금동삼존불감'은 불전 형식을 위한 감(龕)내부에 석가삼존상을 모신 소형 원불(願佛)이다. 불감은 5cm 내외의 작은 불상부터 10~20cm에 달하는 비교적 큰 불상까지 봉안하기 위한 것으로 크기는 다양하나, 대체로 원불(願佛)이라 하여 개인이 사찰 밖에서 예불을 드리기 위한 것이다. 이 불상은 18cm로 당시 대웅전의 건축양식을 유추할 수 있다. 최 교수는 "고려시대 목조건축을 재현하고 있어서 건축사 연구에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가격을 높이는 목적으로 경매에 출품 했겠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우선 타진을 했어야 했다. 개인 소유 문화재의 판매를 막을 순 없지만 간송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 않나. 간송이 살아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보는 가격을 매긴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무가지보(無價之寶)다. 국보가 거래되면 향후 가격 기준점이 될 수 있어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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