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모다모다 사용자 대상 독성검사 해보자"…100만개 팔린 샴푸 개발자 식약처에 요청
입력 2022-01-27 17:42  | 수정 2022-01-28 18:08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는 27일 모다모다 샴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독성검사 실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머리만 감아도 염색이 되는 모다모다 샴푸를 개발한 이 교수는 이날 카이스트 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과학자적 양심을 걸고 문제가 있었다면 아예 (모다모다 샴푸를) 출시 조차 안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7년간 폴리페놀 성분의 자연갈변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모다모다 샴푸를 개발했고, 또 직접 사용해왔다.
전날 식약처는 모다모다 샴푸의 핵심원료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에 대해 유해 평가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하는 개정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잠재적인 유전독성 및 피부 감작성 우려가 있어 사용량과 빈도와 무관하게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식약처는 보고 있다.

이에 이 교수를 비롯해 제조사 모다모다의 배형진 대표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THB 성분에 대한 과학적 입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는 모다모다 샴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독성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모다모다 샴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독성실험 요청을 식약처에서 받아들이지는 미지수지만,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실험 결과를 토대로 세정제 속 THB 성분에 관한 연구논문을 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모다모다 측은 이를 위해 현재 분당 서울대병원과 식약처 지정 비임상시험(GLP) 인증기관인 켐온, 카이스트 등 3곳의 전문기관과 연계해 표본집단을 모집 중에 있다. 모다모다 샴푸를 사용한 소비자들을 표본집단으로 삼아 이들의 두피를 절개해 유전독성 및 잔여량 등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이날 독성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라셀수스의 "용량이 독을 만든다(The dose makes the poison)"는 독성학의 기본 원리를 강조하며 식약처의 유해 가능성 주장에 반발했다.
그는 "지구상의 어떤 물질도 많이 사용하면 독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거꾸로 독이 있는 물질이라도 적게 사용하거나 제대로 배합을 하면 약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식약처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THB의 유해성은 아직 확실히 입증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 일본, 호주에서는 금지되지 않았고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더욱이 염모제는 두피에 남아있고, 세정제인 샴푸 성분은 두피에 남아있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모다모다 샴푸 속 THB를 사용금지 원료에 지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머리카락 속에 스며드는 염모제와 달리 모다모다 샴푸는 세정제로 물로 씻어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식약처가 이번 결정을 내린데 근거로 작용한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 자체 유해 평가 결과와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SCCS에서조차 THB 성분에 대해 유전독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확실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며 "다만 유전독성에 대한 염려가 있고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 것을 근거로 (THB) 사용을 금지한다면, 모든 독성이 있는 것을 다 제외할 것이라면, 규제당국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입장은 확고하다. 유해한 물질이 조금이라도 들어있으면 선제적으로 금지한다는 것. 식약처는 앞서 유럽에서 THB를 박테리아에 실험한 자료를 검토해본 결과 "잠재적인 '유전독성'을 배제할 수 없는 물질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생명과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의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더나 설립자 중 한 명인 로버트 랭거 MIT 교수 밑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후 2009년 카이스트 교수로 임용됐다.
2018년엔 국제 학술 정보 기관인 클래리베이트애널리틱스에서 논문 인용 기준 세계 상위 1% 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식약처가 이번 개정안을 고시하면 모다모다 샴푸는 더 이상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이 교수는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고, 과학기술도 많이 발전했다"며 "카이스트와 식약처의 안전성 실험을 통해 THB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이를 다른 나라가 인용한다면 더욱 더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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