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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종영이냐 강행이냐, 진퇴양난 ‘태종 이방원’[MK이슈]
입력 2022-01-27 16:26 
말 학대 논란에 휩싸인 ‘태종 이방원’ 측이 촬영을 중단했다. 사진|동물자유연대 공개 영상 캡처
첩첩산중이다.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이 말 학대 논란에 휩싸여 2주 결방 속 촬영을 중단한 가운데 거센 비난 여론 속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태종 이방원 제작진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 최민경 정책행동팀장을 이날 오전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이후 제작진 소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동일한 내용의 또 다른 고발이 접수된 만큼, 사건을 병합해 수사할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KBS는 지난 20일 (촬영 중 사고를 당한 말이 사망하는)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다.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결방이라는 초강수를 둔 KBS는 2주간 자숙 및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정상화에 힘쓰고자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질 않자 ‘조기 종영 등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날 복수의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KBS 드라마 센터 고위 관계자는 다수의 동물권 보호단체를 차례로 만나 사과 중이며, KBS 내부 회의는 물론 드라마 제작사와도 연일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남은 방송 분과 촬영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규정 마련, 전쟁 신이나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의 최소화 등 다양한 형태의 재정비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상황이 예상보다 더 급박하고 심각해지고 있어 KBS와 제작진, 제작사 등 관계자들 모두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작사와도 조기 종영 등 가능성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그 과정에서 관련 세부 의견이 상충돼 갈등을 겪기도 했다더라.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다방면으로 뛰며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조 이방원 포스터. 사진|KBS
지난해 12월 11일 첫 방송된 ‘태종 이방원은 KBS가 2016년 ‘장영실 종영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대하 사극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7회에 방송된 이성계가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촬영하던 중 말을 학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제작진은 말의 뒷다리에 줄을 묶어 말이 달리고 있을 때 뒤에서 줄을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방식으로 낙마 장면을 촬영했다. 목이 꺾인 채 고꾸라진 말은 일주일 뒤 목숨을 잃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스태프 4명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또 다른 동물권 단체들도 고의로 빚어진 동물 학대 행위로 보인다며 차례로 고발장을 냈다. 조수미 유연석 고소영 태연 배다해 등 스타들도 끔찍한 참사에 소신 발언을 하며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대책 마련 촉구에 힘을 보탰다. 드라마의 조기 종영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수는 6만명(27일 오후 2시45분 기준)을 넘었다.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도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5일 영화, 드라마, 광고 등 촬영에 출연하는 동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며 가이드라인에는 기본 원칙, 촬영 시 준수사항, 동물의 종류별 유의사항을 골격으로 세부 내용을 담는다”고 밝혔다.
촬영 시 준수 사항으로는 ‘위험한 장면을 촬영할 때는 CG(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해 동물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보호자, 훈련사, 수의사를 현장에 배치하고 출연 동물의 특성에 맞는 쉼터, 휴식 시간, 먹이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농식품부는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영상 및 미디어 관련 업계와 동물 행동·진료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 협의체도 만들 예정이다.
관행으로 받아들이기엔 잔혹하고 시대착오적인 촬영 기법과 함량 미달의 인식에 시청자의 실망감과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KBS가 공식 입장을 통해 밝혔듯,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면서까지 촬영해야 할 장면이란 없으니까. 고뇌에 빠진 KBS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진정성 있는 반성과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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