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개구리 뒷다리가 인체재생 시대 열어줄까
입력 2022-01-27 15:48 
연구에 사용된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의 모습. 미국 터프츠대 연구진은 사이언스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에서 칵테일요법으로 절단된 부위를 치료한 개구리에서 다리가 다시 자라났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미 터프츠대 공식 홈페이지]

미국 연구진이 다리가 절단된 개구리를 약물로 치료해 새 다리를 만들어냈다. 아직은 동물 실험 단계에 불과하지만 인체 조직 재생 연구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터프츠대 연구진은 개구리의 절단된 상처를 다양한 약물을 섞은 칵테일 요법으로 치료해 절단된 다리를 재생했다. 해당 연구는 26일(현지시간)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렸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서린 맥커스커 매사추세츠대 생물학자는 "우리가 평생동안 완전한 인간의 팔다리를 재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번 연구로) 확실히 그 단계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연구에 의의를 뒀다.
마이클 레빈이 이끄는 연구팀은 100마리 이상의 마취된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의 뒷다리를 절단하고 일부 개구리를 5가지 혼합 약물로 치료했다. 혼합 약물에는 신경, 혈관과 근육 조직 성장을 촉진하는 약물과 흉터와 관련된 콜라겐 형성을 차단하는 화합물 등이 들어갔다. 연구진들은 약물을 넣은 실리콘 캡을 상처부위에 꿰매 24시간 동안 유지했다.

2주 후 약물 치료를 받은 개구리들은 근육·힘줄 등 연조직이 크게 늘어났다. 이후 18개월동안 뼈 재생과 신경·근육 발달 속도도 치료하지 않은 개구리보다 빨랐다. 이 개구리들에서는 나중에 새로운 무릎관절이 붙은 부속지(몸에서 밖으로 돌출된 신체 부위)가 자랐다. 뼈가 없는 몇 개의 발가락도 생겨나 개구리들이 헤엄을 칠수 있게 됐다.
이 연구는 세포가 다시 자라도록 전기 자극을 주거나 세포를 이식했던 기존 재생 의학 연구와는 접근이 다르다. 세포를 빠르게 자라게 하기보다 흉터가 생기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WSJ는 우리 몸이 부상을 입었을 때 인체 내부에서 만드는 대량의 딱지 조직이 인체 조직을 재생하는 걸림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상처가 나면 생기는 딱지는 출혈과 감염을 막지만, 동시에 사지 조직의 재생도 방해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사지가 절단된 자리에 '바이오돔'이라고 부르는 뚜껑을 씌우면 절단 후 흉터 생성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를 이끈 레빈 박사는 "세포가 상처를 딱지로 덮고 가만히 있을지, 아니면 조직을 재생할지 결정하는 포인트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계획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양서류는 인간과 신체 특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 연구를 바로 인간 조직 재생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다만 레빈 박사는 이 접근방식이 사지 뿐 아니라 장기 재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할 수 있고, 수십년 내 임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피부와 혈관, 절단된 신경의 질을 개선하고, 인공 의수나 의족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지가 손상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미국 절단환자연합(US amputee coalition)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사지를 잃은 사람들이 약 200만명에 달한다. 이 단체는 사고로 사지를 절단하거나 혈관 질환·당뇨·암 등으로 사지를 절단하는 사람들이 2050년 36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사람이 한해 평균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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