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구려 옷감 되살리니 럭셔리 브랜드 못지 않네"
입력 2022-01-27 08:54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커넥팅 현장 Copyrighted, 2022 [사진 제공 = 아름지기]

김홍도 그림 속 해가리개는 1인용 휴대용 그늘막으로 현실 세계에 등장했다.
나무와 삼베천으로 뚝딱 만들어낸 방식이 멋스럽고 요즘 무거운 캠핑 장비보다 더 실용적인 느낌이다.
대구박물관에 있는 고려시대에 직조된 보상화(寶相花·연꽃과 모란꽃을 결합해 만들어낸 불교의 이상적 꽃무늬) 무늬를 연구해서 현대적으로 재현한 치마는 고급스러운 색깔 배합 덕분에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와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고구려 벽화에서 발견한 당대 남성들의 의상도 과감한 패턴으로 되살려 개성미가 넘친다.
우리 조상들의 생활문화가 이처럼 수준이 높았던가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가 부산에서 2월13일까지 대규모로 펼쳐졌다.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커넥팅 현장 [사진 제공 = 아름지기]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고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민간단체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주최한 20주년 기념 특별전 'CONNECTING 아름답게, 전통을 이어 일상으로'전시 모습이다. 부산 수영구 망미2동 와이어 공장을 재생해 만든 복합문화공간 F1963 석촌홀 2046㎡규모 전시장에 우리의 의식주 문화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지난해 가을 서울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 펼쳤던 '홈, 커밍'의 맥락을 이어서 2배 이상 소장품을 선보였다. 90여명 참여작가들 작품이 400여점에 달한다. 2001년 설립된 아름지기는 2004년부터 의식주를 큰 주제로 삼은 기획전시를 매년 진행했다. 전통의 뿌리를 찾아 그 미감을 새롭게 선보이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현대생활에 유의미한 활용제안과 미래적 가능성을 그려주고 있다. 건축가그룹 SoA가 산업현장의 공간을 문화현장으로 잇는 전시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다.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커넥팅 현장 [사진 제공 = 아름지기]
우선 '전통과 현대, 서로 다른 시대'공간에서 전통의복에 주목해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의복을 현대적으로 변형하고 재창조했다. 사뭇 미래적인 의상으로 변신해 놀라움을 준다. '머무르는 자리에 깃든 삶의 풍경' 공간에서는 돌상과 제례상, 야외 술상 등 아파트와 같은 현대적 주거 맥락에 어울리는 삶의 풍경을 제시했다.
'일상을 담는 그릇'공간에서는 도시락상과 찻상 등을 통해 한식문화를 새롭게 하는 식기들을 소개했다. '전통의 현대적 활용'공간에서는 일상과 연결짓기 위해서 소장품이나 문화상품, 기성품을 한자리에 모아 현대적 활용 가능성을 모색했다. 특히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과 워싱턴DC에 있는 '한미미래센터' 등 해외에 설치된 한국 문화공간에 종합적으로 반영된 모습이 인상깊다.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커넥팅 현장 [사진 제공 = 아름지기]
이번 전시에서는 아름지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와 작가의 면면만 봐도 국가대표급임을 알 수 있다. 기존 아름지기 기획전에서 소개된 진태옥, 정욱준, 임선옥, 부리 등의 패션 디자이너와 황갑순, 권대섭, 이인진 등 도예가, 박종선, 하지훈, 김현종, 이건민, 제너럴그레이 등 다수의 제품·가구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전통 의식주 분야는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의 연구를 통해 구현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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