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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찐경규' 권해봄 PD "'놀면 뭐하니?'는 넓고 우리는 깊어"
입력 2022-01-27 07:02 
권해봄 PD가 1년 4개월간 이어온 `찐경규`를 돌아보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제공| 카카오TV
권해봄 PD가 1년 4개월 만에 '찐경규' 종영을 맞아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2020년 9월 1일 카카오TV 개국과 동시에 공개됐던 '찐경규'(연출 권해봄)는 예능 대부로 불리는 40년차 예능인 이경규가 뉴미디어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행 예능부터 토크쇼, 다큐까지 장르를 망라한 여러 에피소드에 이경규 만의 웃음이 녹아 있었고 무려 누적 조회수 8500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공개된 에피소드를 끝으로 16개월 간의 여정을 마친 권해봄 PD는 "개인적으로는 첫 메인 연출작이다. 다양한 포맷과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어떤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종영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원래는 길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 여러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고 했던건데 1년 4개월씩이나 하게 됐다. 새로운 아이템, 기획을 모두 다 보여드린 것 같아 시즌 종영을 하게 됐다"면서 "혹시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으면 시즌2 나 '찐 시리즈'로 다른 사람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는 다른 시즌제 예능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찐경규'는 독보적 예능인인 이경규 파워에 더불어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조연출로 출연할 당시부터 '모르모트 PD'로 큰 사랑을 받았던 권해봄 PD가 이경규와 보여주는 티키타카도 큰 활력소가 됐다. MBC를 떠난 이유와 첫 연출작이라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에 이경규를 섭외한 이유는 뭘까.
권해봄 PD는 "새로운 환경에 저를 던지려고 했다"면서 "MBC에서도 할 수 있지만 새 플랫폼에서 새 도전을 해보자는 의미다"라고 MBC 퇴사 후 카카오TV로 이적한 이유를 설명했다.
권해봄 PD는 "이경규와 저를 맺어준 사람은 카카오TV 제작총괄인 오윤환 선배다. 예능에서 제일 관록이 있는 이경규와 TV에 노출이 많이 됐고 최약체, 순한 이미지가 있는 내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소개해줬다. 둘이 뭐라고 해보라고 해서 2020년 봄에 만났다"면서 "이경규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새로운 PD와 도전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새 PD를 만나야 새 모습을 발견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권 PD는 또 "이경규는 시청자들에 오래 비춰진 연예인이다. 새 모습을 부각시키고. 디지털 세상에 새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그게 '찐경규' 콘셉트였던 것 같다"면서 "마치 버디 무비 주인공처럼 서로가 주장을 하고 옳은게 어떤 건지 겨루는게 콘셉트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경규는 클래스가 남다르다. 새 플랫폼이라도 낯설거나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라 자기 식으로 맛있게 요리를 하더라"고 인정했다.
'찐경규'의 고정 출연자는 이경규 한 사람이다. 이경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유일한 출연자 이경규를 향한 제작진의 애정이 느껴지는 장면들도 많다.
권 PD는 "느껴졌다니 뭉클하다"면서 돌아봤다. 이어 "(촬영하면서) 희로애락을 느꼈다. ('찐경규를 하는 동안) 제일 많이 연락하고 술 마신 사람이 이경규더라. 제 어머니랑 동갑인데, 이런 분하고 자주 보다 보니 친구같다는 생각까지 들더라. 불편하고 화 잘내는 친구"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이경규는 배울 것 많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다"라며 "('찐경규' 촬영 중) 1년 반 동안 모친상도 당하시고 새 소속사로 옮기기도 하고 딸 예림 양이 결혼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연예인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가까운 느낌도 많이 든다. 예능 대부이지만 인간 이경규의 모습을 대중에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권해봄 PD는 `찐경규`와 `놀면 뭐하니?`의 차이에 대해 깊이와 넓이에 비유했다. 제공| 카카오TV

'찐경규'의 고정 출연자가 이경규 한 명이며, 이경규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보여주고 한 사람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는 점에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와 결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권 PD는 "제가 '놀면 뭐하니?'를 참 좋아한다. 아내가 '놀면 뭐하니?' PD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권해봄 PD의 아내는 김태호 PD와 '놀면 뭐하니?' 연출을 맡았던 윤혜진 PD다. 현재는 '전지적 참견 시점'의 연출을 맡고 있다.
권 PD는 아내와 함께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단다.
권 PD는 "유재석의 새 부캐 확장 과정과 이경규를 깊숙히 파는 과정을 서로 많이 이야기하기도 했다. 두 분이 비슷한 점이 많더라. 제작진과 긴밀히 회의하고 이야기하면서 아이템 짜는 부분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에게 새 도전을 하게 하는 과정이 새 부캐를 부여하는 거였다. 유재석 몰래 부캐를 부여하고 관찰하기도 하고 관조하기도 했다면 저희는 넓히기 보다는 개인 히스토리와 주위의 환경 등을 바라보는 식으로 풀었다. '놀면 뭐하니?'가 넓다면 '찐경규'는 깊었다"고 비교했다.
고정 출연자가 한 명인 만큼 매회 콘셉트를 잡고 기획하는 게 쉽지 않았을 터다. 권 PD는 "이경규는 예능을 40년 이상해온 분이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가족, 반려견, 좋아하는 것들 등 모든게 다 이야깃거리였다. 공황장애, 불면증이라는 병까지 예능으로 승화하더라"라며 이경규에 공을 돌렸다.
이어 "모든 소재가 프로그램에 투영됐다. 이경규 동료들이 되게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타 방송에서 MC로 활약 중인 이수근, 김숙 등도 게스트로 출연해 힘을 더해줬다. 이경규를 깊이 파고, 주변 인물들과 환경을 살펴보게 됐다. 한 명이라 좋은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찐경규'라는 제목에도 이경규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묻어나는 듯 하다. 권 PD는 "제목을 잘 지은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이어 "이경규는 거짓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어떤 에피소드든지 진심을 다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희가 부캐같은 거 하면서 활용하면 어떻겠냐고 했는데 단호하게 거절하기도 했다. '나는 그냥 이경규여야 한다. 부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 화를 내든 조언을 하든 행동에 진심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찐' 면모를 들려줬다.
그렇다고 자신의 모든 부분을 소재로 내놓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경규를 설득한 방법은 뭘까. 권해봄 PD는 "회의를 같이 했다"면서 "어느 정도 뼈대를 짠 뒤 회의를 하면서 살을 붙이기도 했다. 모든 모습이 드러나는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고 너무 힘든 부분은 고사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방송에 대한 사명감이 강한 사람이더라"라고 높이 샀다.
이어 "백신을 맞는 게 안전한 것이고 겁 먹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나 공황장애라는 질병을 소개하는 내용 등 공익적인 목적이라면 거리낌 없이 사명감을 보였다. 사생활을 다 드러낸다기 보다는 의미가 있는 일일 때 혹은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이라면 방송을 위해 내놓는다. 사실 '미담제조' 프로젝트도 대놓고 놀리려고 하는 것인데도 그게 시청자분들께 웃음을 드릴 수 있는 내용이라면 스스로를 내려놓는데 거리낌이 없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담 제조 하면서 힘들더라. 40년 동안 활동했는데 미담 없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안나오더라. 이렇게 흉도 없지만 미담도 없을 수 있구나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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