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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4시간새 5% 급등락…코인급 변동폭에 서학개미 '멘붕'
입력 2022-01-25 17:52  | 수정 2022-01-25 20:02
◆ 혼돈의 세계 증시 ◆
미국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하루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 속에 장중 5% 가까이 내렸다가 장 후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름세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29% 상승한 3만4364.5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각각 0.28%, 0.63% 올랐다.
이로써 뉴욕 증시가 일주일 만에 하락세를 일단 멈췄지만,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이 예고된 상황에서 주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달 다우와 S&P500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월간 하락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CN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나스닥 하락률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가 될 수도 있다.
S&P500지수는 지난주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했고, 이날도 추가로 하락해 장중 52주 최고점 대비 10% 떨어지는 조정 영역에 진입했다. 장중 하락률이 3.99%에 달했던 S&P500지수는 반등해 마감가 기준으로 조정 영역을 벗어났다. 나스닥지수도 52주 최고치에서 10% 이상 하락하면서 기술적 조정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장중 한때 4.9% 주저앉았다. CNBC에 따르면 나스닥지수가 장중 4% 이상 하락한 후에 상승세로 마감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다우지수도 장중 3.25%까지 하락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020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38선까지 치솟았다가 29로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25~26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3일 보고서를 내고 연준이 올해 3월부터 열리는 모든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긴축 기조에 뉴욕 증시에는 매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증시 추가 하락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는 투자 노트를 통해 "주식시장에 겨울이 왔다"고 진단했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CNBC에 "더 많은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약세장이 도래하면 좋은 주식과 나쁜 주식 구분 없이 모두가 하락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금융시장 상황이 연준의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연준 풋'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연준 풋'은 금융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연준이 나서서 자산 가격을 떠받치는 현상을 말한다. 많은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은 연준이 일련의 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통화 긴축 정책에서 이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연준 풋'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블룸버그도 고용과 물가 안정을 더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는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터 크레이머 SLC매니지먼트 보험 포트폴리오 책임자는 "연준은 주식시장에 민감하지만, 이것이 이번 회의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식 매도세가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고 에너지와 은행, 소비재 기업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연준이 정책 경로를 다시 생각해볼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대표는 투자 노트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상방 위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면서도 긴축을 서두른다는 느낌을 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주식 전략가는 주식시장의 매도세가 지나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CNBC에 "위험자산 매도세가 과도해 보이며, 과매도 영역에 진입한 기술적 지표와 약세로 돌아선 심리로 볼 때 이번 조정이 막바지 단계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금리 상승에 따른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실적 시즌은 우리를 안심시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악의 경우 '연준 풋'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정보 제공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0으로 전월(57.7)보다 하락했다.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월 서비스업 PMI도 50.9로 전월(57.6)보다 크게 떨어져 1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제조업과 서비스를 합친 1월 합성 PMI도 50.8로 전월 57.0보다 하락해 18개월 만에 최저를 경신했다. 시카고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12월 전미활동지수는 -0.15로 집계돼 전월 기록한 0.44에 못 미쳤다. 수치가 플러스이면 평균 성장세를 웃돈다는 의미이며, 마이너스이면 평균 성장세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미국 증시의 큰 변동성과 관련해 백악관은 주가 상황으로 경제를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CNN에 "우리는 특정 시기나 특정 지표가 아닌 경제 트렌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대통령 경제팀이 적극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임자(도널드 트럼프)와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은 주식시장을 경제를 판단하는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덕식 기자 / 뉴욕 = 추동훈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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