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93세 치매 6.25 참전 국가유공자에 "서류 직접 안떼오면 연금 중단"
입력 2022-01-22 11:25  | 수정 2022-01-22 11:34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직원 확인 방문 대신 증빙 서류 제출 요구 방식
국방부 관계자 "국가유공자님께 불편 초래한 것에 유감"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 복지에 대한 행정이 문제를 빚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백선영 씨는 6.25와 월남전에 참전했던 93세 국가유공자 부친이 치매 환자임에도 정당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신상 신고서를 제출하라는 국방부 국군재정관리단의 행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백씨는 '군인연금법' 제54조(서류의 제출 요구권)에 따라 이번 달 28일까지 신상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연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등기 우편을 받았지만 신상 신고서에 증빙해야하는 인감 증명서를 처리하는 데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백씨는 부친이 노인 장기요양 4등급 판정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치매 환자임에도 반드시 본인이 발급받아야 하는 인감 증명서를 증빙서류로 첨부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없습니다.


백씨는 건강 문제로 서류 발급이 어렵다고 전했으나 국군재정관리단은 "휠체어 타고 다녀오시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직원의 확인 방문 대신 증빙 서류 제출을 요구하는 건 이해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국가 유공자가 오히려 대면으로 서류를 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몰지각한 탁상행정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백씨는 지난 7일 부친을 휠체어에 태우고 동사무소를 방문해 동사무소 직원이 자녀 이름을 묻는 방식으로 본인 인증을 대체해 줘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백씨는 "자랑스러운 퇴역군인인 아버지가 연금을 받으시려면 이제 1년에 한 번씩 이렇게 서류를 떼야 한다"며 "꼭 국가 유공자가 아니더라도 구태여 치매 노인에게 살아있음을 직접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국가가 국민에 끼치는 민폐"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군재정관리단이 자료 제출 요구의 근거로 제시한 '군인연금법' 제54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급여 지급에 따른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있습니다.

백씨는 이에 대해 "부친의 건강 상태와 고령이라는 점이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2년 이내 의료기록이 없는 인원을 기준으로 서류제출 대상자를 선정한 것"이라며 "유선 상담만으로 국가 유공자님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이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국가 유공자님께 불편을 초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거동 불편 등 사유로 서류 제출이 불가능한 경우 다른 확인 방안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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