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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이 이형종을 망쳤다? 부담 덜면 살아날 수 있을까
입력 2022-01-21 14:46 
이형종의 지난 해 부진이 4번 타자를 맡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일단 4번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은 올 시즌. 이형종은 다른 타격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LG 이형종(33)은 2021시즌을 망쳤다.
90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도 0.218에 불과했다. 출루율이 0.332에 머물렀고 장타율은 0.389로 쪼그라들었다. OPS가 0.721에 불과했다.
타자로 전향한 2018시즌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좀처럼 부진 탈출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한 시즌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새로운 시즌에 이형종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LG 감독 출신인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이형종의 부진 원인에 대해 의미 있는 분석을 한 바 있다.
양 위원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021시즌 이형종이 부진한 것은 시즌 초반 4번 타자로 기용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형종은 책임감이 강하고 대단히 센서티브한 선수다. 4번 타자로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밸런스를 무너트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LG 감독으로서 이형종을 직접 지도해 봤기에 한 말이었다. 딱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실제 이형종의 4번 타자 투입은 실패로 끝났다.

이형종은 4번 타자로 기용됐을 때 42타석에서 37타수 5안타 타율 0.13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볼넷 4개를 얻어내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타율이 너무 낮았다.
4번 타자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장타율도 0.270에 불과했다. 타율이라 해도 낮았을 장타율을 찍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흐트러진 밸런스가 시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양 위원의 분석이었다.
실제 이형종은 통산 성적에서 4번 타자일 때 존재감이 대단히 낮았다.
1번 타자로 0.304를 기록한 이형종은 2번일 때 0.250, 3번일 때 0.278을 기록했다. 그러나 4번 타자로는 통산 0.14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5번 타자로는 0.269, 6번일 때 0.274를 기록했다. 7번일 때가 가장 좋았다. 0.339의 타율을 기록했다.
주로 중심 타선에 배치됐을 때 성적이 좋지 못했다. 4번에선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양 위원의 분석대로라면 이형종은 타순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유형의 타자다. 예민한 성격이 타순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느끼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과제는 새로운 시즌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일단 4번을 맡을 확률은 거의 없다. 박해민이 가세하며 타순이 전체적으로 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4번 타자는 김현수나 새로운 외국인 타자 루이즈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형종은 지명타자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데 5번 이후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타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좀 더 타순을 내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가뜩이나 하위 타선이 약한 LG이기 때문에 하위 타선에서 마음껏 타격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전략적으로는 효용성이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건 더 이상 4번에 배치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형종에게는 부담을 덜고 타격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LG는 아직 이형종의 힘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타선에 약점이 있는 LG다. 이형종이 좀 더 힘을 내줘야 타선의 응집력이 살아날 수 있다.
4번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이형종은 올 시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LG의 올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대단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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