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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호의 스포츠人사이드]2.'늙않남' 김선형…'즐기는 자' 이길 수 없다
입력 2022-01-21 13:55  | 수정 2022-01-21 14:34
['스포츠人사이드'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찾아봅니다]

그제(19일) 프로농구 1, 2위 대결인 서울 SK와 수원 kt 간의 경기는 올 시즌 최고 명승부 중의 하나였다.

경기 종료 30초쯤부터 역전에 재역전, 엎치락뒤치락하더니 선두 SK가 85-82, 간발의 차로 이겼다. SK는 7연승을 달리며 2위 kt에 2경기 차로 달아났다.

김선형(34)은 16점·7도움으로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4쿼터에 9점을 올리며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 그는 "승부를 짓는 4쿼터가 되면 집중력이 확 올라가는 것 같다”면서 체력을 아끼며 상대가 지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3분을 남기고서 '부스터'를 쓰니까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4쿼터의 사나이'로 불릴만큼 올 시즌 유독 클러치(Clutch, 고비)에서 해결사 면모를 보이는 김선형은 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지난 시즌 8위까지 추락했던 SK가 올 시즌 반전 드라마를 쓰는데도 달라진 김선형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

▶'즐기는 자' 이기지 못한다


지난 주말 올스타전을 앞두고 MBN 스포츠 토크쇼 '스포츠야'에 출연한 김선형은 이에 대해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했다.

결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 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딱 이 말이었다.

"그냥 즐기는 거 같아요. 팀원들이 만들어준 공격권이잖아요. 한번의 공격권을 만들기 위해 팀원들이 굉장히 고생했기 때문에 책임감도 엄청 크지만, 부담보다는 즐기는 거 같아요. 그게 클러치 때 넣을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즐기던 덩크도 이제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신장이 190cm이 채 되지 않는 가드면서도 곧잘 덩크를 하는 김선형은 지난 9일 KGC인삼공사전에선 5년 만에 (진짜) 덩크슛을 성공해 화제였다. 통산 38개째 덩크(가드 부문 역대 2위).

지난 2018년 발목 수술을 하고 복귀한 이후로 덩크를 애써 외면해왔지만(그해 4월 원주DB와 챔피언결정전 4차전 도중 실패한 덩크 시도는 "흑역사"라고 했다), 이제는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마음먹은대로 림에 꽂을 수 있게 됐다.

"부상도 있고 몸이 예전만큼 올라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지면서 팬들이 원하시더라고요, 저의 덩크를. 그래서 이번에 기회가 났는데, 그때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덩크를 했죠. 몸이 좋아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회가 나면 더 많이 시도하지 않을까 싶어요."

'에어본' 전희철 감독이 선수단에 덩크 등 화끈한 공격을 주문한 영향도 있긴 하지만, 김선형 자체가 워낙 덩크에 애정을 갖고 있다. 2011-2012 올스타전에선 덩크슛 콘테스트에 나가 2위에 올랐을 정도다.

"나에게 덩크란 에너지다! 왜냐하면 덩크를 하면 짜릿해요. 센터들은 쉽게 덩크하잖아요. 저는 (키가) 2m가 아니기 때문에 한번 덩크하려면 온 힘을 다 써야되거든요. 덩크하려면 힘이 더 소모가 되는데, 확실히 그걸 하고 나면 그 힘듦이 다 사라져요.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면서. 그 맛에 덩크하지 않나 싶어요.”

▶'필살기'도 갖췄다


김선형은 공을 높게 띄우는 슛인 플로터(Floater) '장인'으로 불리는데, 올 시즌 특히 클러치에서 플로터로 높은 정확도를 보여줬다. 지난 4일 현대모비스전에서 플로터로 넣은 결승점은 백미였다. 종료 1.4초를 남기고 상대의 높은 수비 벽 위로 더 높게 공을 띄워 림을 통과시켰다.

"제가 많은 위닝샷(결승골)을 넣었지만, 플로터로 위닝샷을 넣은 건 (현대모비스전이) 처음인 것 같아요. 한 500번은 (영상을) 돌려봤어요."

플로터는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림을 맞아도 공이 통통 튕기다 안쪽으로 떨어지게 무회전으로 슛을 한다던지, 장신 수비수의 움직임에 따라 슛 타이밍을 달리한다던지, 성공률 높은 슛 방법을 찰나의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경지에도 올랐다.

"플로터는 제가 2~3년차 때부터 쏘기 시작했는데 그때 연습을 많이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이 잡힌 상태라 지금은 연습보다는 상황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여러 무기 중에서도 '필살기'까지 제대로 갖췄으니 좀처럼 당해낼 수가 없을 것 같다.

▶'몸 관리'에 철저하다

MBN '스포츠야'에 출연해 국영호 기자와 대화하는 김선형.

플로터도, 덩크도 결국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 김선형은 식습관부터 생활까지 모두 철저해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고 있다.

김선형은 '스포츠야' 촬영을 하기 전에 "잠깐 밥 먹고 갈게요"라고 하더니, 촬영을 마치고 나서는 또 다시 "밥 좀 먹고 갈게요"라고 말해 어리둥절하게 했다.

'대체 하루에 몇 끼를 먹느냐'고 물으니 "일부 선수들도 그렇긴 하겠지만, 난 하루에 다섯끼를 먹는다. 조금씩 조금씩 먹어 틈틈이 에너지를 보충한다"고 설명했다. 음주는 물론이고, 요즘은 커피 등 카페인이 다량 들어간 음료도 일절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영향인지는 몰라도 착실한 생활을 한다. '퇴근'하면 대개 곧장 귀가해 결혼한지 5년을 맞은 아내 석해지 씨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최근엔 노래방 마이크를 사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방탈출' 카페에 가서 논단다.

불필요한 활동을 줄이는 대신 다양한 스포츠 영상을 보며 영감도 얻는다. 특히 해외축구에 관심이 많아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데,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경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여담으로, 중앙대 시절 3개부 축구대회 중 축구 경기를 할 때는 측면 윙어를 맡아 빠르게 침투해 골 넣는 걸 즐겼다고 했다. 마치 리버풀의 살라처럼.

▶'감독'을 믿는다


오랜 기간 함께 했던 전희철 감독이 코치에서 승격한 첫 시즌, 서로 궁합이 잘 맞는 것도 펄펄 나는 주요 원동력이다. 전 감독이 김선형한테 늘 마음의 부담이었던 주장직을 내려준 것이 컸다(현 주장은 최부경). 김선형은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얻자 다시 날아올랐다.

"주장은 신경 쓰는 게 굉장히 많고, 뒤에서 팀원들 다 챙겨야 하다보니까 정작 농구에 신경을 쓸 수 없고, (집중력이) 분산이 되더라고요. 올 시즌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이 '넌 농구에 집중해라. 그게 우리 팀이 살 길이다' 딱 말씀을 해주셔서 '알겠습니다'하고 시즌 시작했는데, 거짓말처럼 제 모든 신경이 농구에 딱 가니까 '회춘'했다는 소리도 나오고, 굉장히 기분 좋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날개를 다시 달아준 전 감독에겐 전폭적으로 의지하고 죽어라 뛰고 있다.

"감독님이 말 안하실때가 가장 무섭거든요. 작전타임 때 가끔 말 안하시면 열 받으셨다는 것이어서 선수들이 알아서 정신차리고 긴장하거든요. 카리스마 리더십이 확실히 있으셔서 졸졸 따라가기만 하면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런 전 감독이 경기 분석 때문에 수면을 거의 취하지 못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걱정도 한가득 했다.

지난 11일 LG전 승리 직후 중계방송사 인터뷰에 나선 전 감독에게 최부경, 최준용 등이 즐겁게 물세례를 퍼부은 건 선수단이 감독을 그만큼 애정하고 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자극제'가 있다


부쩍 성장해 어느새 자리를 위협하는 '허씨 형제'의 막내 허훈과 그의 소속팀 kt는 승부욕을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허훈은 같은 가드 포지션으로서 경쟁을 하고 있고, kt와는 치열하게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제가 유독 kt만 만나면 컨디션이 좋아요. 49점 넣었을 때(2019년 1월5일)도 공교롭게 kt전이었는데, 올해 또 kt랑 싸우고 있잖아요. 오히려 저한테는 좋은 판이 깔리지 않았나 생각을 해요. kt가 통신사 라이벌이기도 하고. 또, 허훈 선수는 kt 에이스이기 때문에 kt만 만나면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기대가 돼요. 항상 kt랑 하면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김선형은 이런 승부욕으로 올 시즌 kt를 4차례 상대해 SK를 3승1패 우위로 이끌고 있다. 또한, 허훈과의 맞대결에서는 수비 보단 공격으로 우위에 서려고 한다.

"제가 상대 에이스보다 득점을 더 많이 하고, 득점이 아니더라도 어시스트나 공격 포인트를 많이 올려야 승리에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에 에이스 스토퍼인 오재현, 최원혁 선수 2명이 있는데, (허)훈이 전담 수비수라서 그 선수들한테 많이 고마워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공격을 더 많이 할 수 있으니까요. 밥을 많이 사주겠습니다."

지난 올스타전 드래프트를 앞두고는 허훈이 아닌 허웅에게 로비(?)한 일화도 소개했다.

"웅이에게 전화헀죠. 왠지 올스타 투표 1위를 할 것 같아서요(실제로 허웅이 1위, 허훈이 2위). 훈이는 저랑 포지션이 같다보니까 저를 안뽑을 것 같은 거에요. 그래서 '확실하게 노선을 정하자'해서 웅이한테 전화해서 '알지?' 하면서 그렇게 통화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웅이는 당연히 저를 뽑아야한다고 생각했었대요. 그래서 내심 기분이 좋아서. 그리고 저희 둘 다 첫째거든요. 저도 장남이기 때문에 통하는 게 조금 있습니다.”

김선형은 신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외모를 보여 '늙지 않는 남자'라고도 불린다. 이유를 물으니 "우리 집안이 노화가 늦게 온다. 집안 내력인 것 같다"며 웃었다. 농구 기량도 노화가 늦게 오는 편인 것 같다. '늙지 않는 기량'으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아니, 그의 소원처럼 마흔살까지 해맑게 웃으며 덩크하는 모습을 지켜보길 기대해 본다.

국영호 기자 [iam905@mbn.co.kr]

스포츠야 PD : 황현욱·이만행

<1월20일 방송된 'MBN 스포츠야를 참고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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