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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좋좋소' 김경민 "'빌런' 백차장은 내 인생 캐릭터"
입력 2022-01-18 14:52 
`좋좋소`의 빌런 백차장 역 김경민이 시즌4로 돌아오는 소감을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좋좋소'의 빌런, 백차장(김경민 분)이 돌아온다.
'좋좋소'는 사회초년생 조충범(남현우 분)이 중소기업 정승 네트워크에 취업한 뒤 겪는 다양한 일을 몹시도 현실적으로 그려낸 웹드라마다. 2020년 1월 유튜브 채널 '이과장'을 통해 처음 공개된 '좋좋소'는 폭발적인 반응 속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를 통해 시즌3까지 공개됐고, 시즌4부터 왓챠 오리지널로 탈바꿈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난다.
'좋좋소'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현실을 코믹한 상황 설정과 디테일한 현실 고증으로 녹여내 많은 청년들과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하이퍼리얼리즘 웹드라마로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리에 방영된, '중소기업판 미생'을 넘어 '미생보다 더 리얼하다'는 호평을 받은 수작(秀作)이다.
주인공 조충범을 비롯해, 그의 첫 직장이자 악덕기업으로 묘사된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표본, 정승네트워크 속 구성원 전원이 '좋좋소'의 리얼리티를 극대화 해 보여줬다. 악덕 기업주같지만 실상은 어떻게든 회사를 굴려가려 고군분투 중인 사장 정필돈(강성훈 분), 궂은 일은 도맡아 하는 정승의 살림꾼 이길 과장(이과장 분), 갓 입사한 충범에게 "빨리 떠나"라는 현실 조언을 해주는 이미나 대리(김태영 분), 충범보다 늦게 입사했지만 초고속 적응력을 보여주는 눈치 꽝 이예영(진아진 분)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좋좋소'의 보석 같은 캐릭터지만 그 중 극강의 존재감을 보여준 이는 바로 정승의 실세였지만 뒤통수 제대로 치고 나가는 '빌런 상사' 백진상 차장(김경민 분)이라 할 수 있겠다.
18일 첫 공개되는 '좋좋소' 시즌4 촬영에 한창이던 백차장, 김경민을 지난해 만났다. "지능 박살난 XX" 등의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대사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선보인 김경민이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빌런의 기운을 쏙 뺀 채 오롯이 천생 배우 김경민의 모습으로 스타투데이를 만났다. 그는 '좋좋소'를 통해 배우 인생에 전기를 맞은 기쁨의 소회와 함께,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좋좋소` 김경민은 백차장에게 큰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에게 감사를 전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주변에 안 알렸더니, 사실 모르는 친구가 많아요. 그런데 어느 날 고1 조카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혹시 이모부 '좋좋소' 뭐 해요?' 하더군요. 그렇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백차장 어쩌고 하더라며 이야기 하더라고요. 학생들이 보기엔 약간 선정성이 있긴 하지만(웃음). 보는 층이 있더군요."
김경민은 과거 단편영화를 함께 했던 카메라 감독의 우연한 소개로 '좋좋소'에 합류하게 됐다. "일단은 한다고 하고 나서 캐릭터를 봤는데, 보고 나니 '아 세다' 싶더군요 하하. 그런데 악역도 욕 많이 먹으면 뜬다고 하잖아요. 사실 처음부터 이거다 하는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닌데, 일단 불러줬으니 무조건 하게 됐죠."
대본 위 백진상만으로도 펄펄 살아 움직였지만, 김경민을 만난 백진상은, 누구라도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학을 떼지 않을 수 없는 '역대급' 캐릭터로 탄생했다. 김경민은 "백진상이라는 인물 자체가 남들과 다르게, 드러내거나 표현하는 데 솔직한 사람인 것 같다. 돌려서 얘기 안 하고 그냥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라 실제 내 성격과는 달랐지만 특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변하는 내 모습을 찾아내봤다"고 말했다.
백진상의 상징 문장인 '지능 박살난 XX'에 대해 묻자 그는 "이말년 씨 웹툰 속 멘트였다고 하는데, 나랑은 약간 안 맞았다. 왜 이런 욕을 하지?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최대한 잘 표현해보려 했다. 센 대사인데, 그 대사가 나올 때마다 (조)충범을 앵글로 잡아 조금은 순화시켜주신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실제 김경민과 백진상의 성격 면에서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비슷한 면이 있긴 하다. 기본적으로 백진상이 입에 달고 사는 툴툴거리는 표현도 그렇고"라며 웃으면서도 "남에게 피해 안 주면서 자기 할 것만 끝내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있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좋소식 퇴사' 에피소드에서 묘사된, 백진상의 강렬한 퇴사 신에 대해서는 "리허설 할 때 언성이 높아지니 순간 쥐죽은 듯 조용해지더라. 분위기가 다들 몸사리는 눈치였다. '쟤 진짜 화내나? 하는 느낌이었다"고 웃으면서 "제대로 지르는 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 속 시원하긴 했다"고 떠올렸다.
`좋좋소` 김경민은 배우 인생을 포기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사진|강영국 기자
실제로 백진상은 극중 '빌런' 캐릭터로 통하지만 그 자신을 놓고 보면 답답함과 울화가 터질 법도 하다. 어디 그뿐인가. 정사장, 백차장, 이과장, 이대리 이하 모든 이들이 그 나름대로의 입장에서 이해가 가게 묘사된, 그래서 시청자의 마음을 절묘하게 파고든 게 바로 '좋좋소'였다.
"맞아요. 정필돈도 이해가 가고, 이과장은 당연히 이해 가고. 충범이도 이해 가고. 다 이해가 가죠. 저(백차장) 같은 경우도, 표현이 거칠어서 그렇지 얘가 하는 말이 다 이해가 가는 거죠. 이해는 가는데, 충돌이 생기는 거죠.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도 각자 좋아하는, 응원하는 캐릭터에 이입되어 '쟤는 왜 저래' 그런 식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백진상 역시 '좋좋소' 팬덤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다. 이에 김경민은 "저는 '좋좋소'의 수혜자라 생각한다. 많이 등장하지 않았는데 임팩트 있게 넣어줘서. 그래서 사람들이, '속시원하다' '빌런인 줄 알았더니 사장이 빌런이네' 이러 얘기도 하더라. 그런 반응을 보면서 중간에 투입되니까. 누 끼치지 않고 해야겠다고 긴장했는데 어느 정도 역할 해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감사할 따름"이라 말했다.
백진상을 만난 뒤, 배우 김경민의 '연기 여정'에도 활력이 생겼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던 그는 컴퍼니합이라는 회사를 만나 든든한 서포트를 받으며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좋좋소' 외에 다른 크고 작은 작품들도 필모그래피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출연했던 '빈센조' '오징어게임' 등의 유튜브 영상에는 '백차장님 대기업에서 노조 하다 정승 오셨구나', '백차장님 회사 나가더니 노조회장 되셨네', '백차장님 백인터네셔널 망해서 경마장 가셨구나' 등 재기 발랄한 댓글이 쏟아진다. 이 모든 반응이 '좋좋소' 효과다. 다소 무료했던 '직업 배우'로서의 일상에서 만난 작은 물방울이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어린 시절,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수련회에서 할 연극을 준비할 때, 주도적인 동급생들의 곁에 있으며 자연스럽게 연기의 꿈을 키워왔다는 김경민. 배우를 진로로 삼은 첫 순간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어려서 TV를 보면서 '내가 저 사람보다 잘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으로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김경민은 고3 때 연극영화과를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1학년 때 신방과 선배님을 따라 엑스트라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출연한 드라마가 '내일은 사랑'이었다. 이병헌 씨와 대사도 했었다"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좋좋소` 김경민이 자신의 캐릭터 백차장에게 특별한 조언을 건넸다. 사진|강영국 기자
그렇게 서서히 연기에 발을 적시기 시작했지만, 슬럼프도 있었다. 극단 생활 때였다. "객원들은 페이를 받지만 단원들은 페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극단을 뛰쳐나왔죠. 포기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함도 컸어요."
쉽지 않은 배우의 길이었지만, 김경민은 연기 외의 다른 길은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일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쉬었어요. 아르바이트도 거의 안 했죠. 금전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길(연기)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녹록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부모님의 소리 없는 지지는 김경민에게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결정적인 힘이 됐다고. 그렇게 연기와 함께 해 온 20년을 되돌아 본 김경민은 "작품이 있을 땐 항상 열심히 했고, 연기의 끈을 놓진 않았지만 너무 안일하게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좋좋소' 시즌4 촬영에서 백차장은 항상 전화를 붙들고 있는데,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백차장을 본받아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김경민에게 백진상은 어떤 존재이자, 의미일까.
"가장 감사한 캐릭터라는 게 첫번째예요. '좋좋소'에 참여하게 된 것도 저에게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사실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언젠가 다가올 또 다른 기회를 기대하게 되는데, 우연치 않게 그 기회의 끈으로 여기에 참여하게 돼 '뭐든지 참여해 온 게 조금씩 돌아오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특히 백진상을 줬다는 건, '좋좋소' 백진상은, 수혜를 많이 입은 캐릭터거든요.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줘서 감사하고, 느슨했던 정승네트워크에 끈을 조여주는 역할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캐릭터에 애정 있지 않았나 싶어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백사장이지만, 백차장으로 불리는 게 더 좋아요."
‘좋좋소4는 정승네트워크에 남은 이들과 정승을 떠나 세운 백인터내셔널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치열한 다툼과 생존경쟁을 그려낸다. 여기에 정승을 퇴사했던 조충범을 향한 양측의 영입 전쟁도 흥미로운 볼거리다.
백진상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그는 "백사장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점점 유해지고 있는데, 백차장에게 '정필돈과 화해해라, 안 그러면 너 망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기분 좋은 스포일러를 날리며 환하게 웃었다.
‘좋좋소4는 18일 오후 5시 왓챠에서 첫 공개되며, 새 에피소드는 매주 화, 금요일 오후 5시 만나볼 수 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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