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몽규 회장 사퇴에도 '싸늘'…HDC현산 주택시장 '퇴출' 위기
입력 2022-01-18 09:54  | 수정 2022-01-18 10:08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전 회장이 17일 오전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사진 = 연합뉴스
17일 정몽규 회장 사퇴 "책임 통감"
"사퇴는 쇼에 불과하다"…대국민 사과에도 비난 계속
콘크리트 하중 견딜 임시 기둥 없고, 양생 작업 부실 정황도 등장
전국적으로 HDC 현산 보이콧 확산, 정부도 페널티 시사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7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회장 사퇴와 대국민 사과로 수습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기 전에 임시 기둥, 일명 동바리를 철거하는 등 부실시공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정 회장이 사퇴하며 '책임 회피성 사퇴'라는 지적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어 시공 능력 평가 9위의 대형 건설사 건설 현장에서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HDC현산이 주택사업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지난 17일 오전 HDC현산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그는 "책임을 통감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아파트 안전은 물론 회사 신뢰가 땅에 떨어져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이라고 사과했습니다. 이어 "다시금 고객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몽규 회장 사퇴 쇼에 불과하다…"책임 있는 조치 확실하게 해야"

그러나 HDC현산을 향한 비난 여론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근로자들의 가족 측은 정 회장의 사퇴와 사과를 두고
"쇼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가족 협의회 대표 안 모(45) 씨는 17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 회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물러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사태 해결을 총괄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으라"고 밝혔습니다.

안 대표는 "고개 몇 번 숙이는 사과는 '가식'과 '쇼'에 불과하다"며 "물러나는 것은 자유지만, 책임을 지지 않고 물러나는 것은 면피"라고 지적했습니다.

17일 오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실종자를 찾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또 정 회장의 사퇴가 '책임 회피성'이라는 비판도 등장했습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가 능사도 아니고, 책임지는 모습도 아니다. 사고 수습 전면에 나서 책임있는 조치 확실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실종자 구조에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할 것, 피해 가족과 상인 그리고 주민들에게 충분히 보상할 것, 사고 아파트를 비롯해 건설 중인 모든 아파트에 대한 엄정한 안전진단을 통해 입주 예정자는 물론 국민과 전문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전장치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짧았던 바닥 콘크티트 양생 기간·임시 기둥 철거 등 부실 공사 정황 포착

한편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한 부실 공사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콘크리트가 충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해야 하는 양생 기간 부족 의혹을 뒷받침하는 작업일지가 공개됐습니다.

16일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공개한 광구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201동(사고 건물) 콘크리트 타설 일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3일 35층 바닥을 타설한 뒤 10일 후인 12월 3일 36층 바닥 콘크리트를 타설했습니다. 이어 7일 뒤인 12월 10일 37층 바닥을 타설했고, 38층 바닥은 6일 만에 타설 했습니다. 38층 위층에 있는 설비 등 배관이 지나가는 층인 PIT층 바닥도 8일 만에 타설됐습니다. 그리고 18일 후인 지난 11일 39층 바닥을 타설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겨울철 시공된 고층부 35~38층 바닥의 양생 기간은 6~10일 간격입니다. 그러나 HDC현산은 지난 12일 "201동 타설은 사고 발생일 기준 12~18일 동안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했습니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기 전에 임시 기둥을 철거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콘크리트 타설 시 하중을 견디기 위해 임시 지지대를 촘촘하게 설치해야 하지만, 붕괴 사고 당시 201동엔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잇단 대형 참사에 부실시공사 '낙인'…HDC현산 보이콧 확산

HDC현산은 불과 7개월 사이 잇단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부실 시공사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이에 공공부터 민간까지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HDC현산이 광주에서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해 공사 중지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공공사업에서 일정 기간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HDC현산이 광주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화정 아이파크 주상 복합을 비롯해 계림동 아이파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 3단지 재건축 등이 있습니다. 현재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HDC현산과의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아파트 단지들도 전국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조합원들은 HDC현산의 재건축사업 참여 반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조합원들도 안전 문제가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HDC현산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과 함께 컨소시엄 형태로 단지의 시공을 맡았습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 사진 = 연합뉴스

정부도 HDC현산을 향한 제재를 시사했습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7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광주참사와 관련해 희생자 수습이 우선"이라며 "실종자 수습 이후 사고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HDC현산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 장관은 "국토부는 공사 과정에서 안전 관련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기술적인 문제는 없었는지를 비롯해 지난 학동참사와 같은 하도급·감리 등 문제는 없었는지 등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모든 법규와 규정을 동원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한 페널티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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