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건희 7시간 통화' 尹후보 어정쩡 대응 땐 된서리 맞는다 [핫이슈]
입력 2022-01-15 09:30 
허위이력 논란 공식 사과하는 김건희 [사진 = 연합뉴스]

대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해 특정 언론사 기자와 50여차례 걸쳐 총 7시간 통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씨와 6개월간 통화한 해당 매체 기자는 유튜브채널 '서울의 소리' 소속 촬영 담당인 이모씨로 알려졌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7시간 분량의 통화 녹취록을 입수해 16일 밤 8시20분 보도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씨 본인은 주변에 "이씨에게 완전히 속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도 통화 녹취록에 대해 "어떤 사전 고지도 없이 몰래 녹음한 불법 녹음파일"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음성권과 사생활침해금지 원칙을 침해했다"고 발끈하고 있다.
야당 일각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관련 의혹을 덮기 위해 김건희 이슈를 터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14일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해 김씨 관련 수사, 김씨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한 일상 대화, 언론에 대한 불만 등을 제외한 부분은 방송을 허용했다.
김씨가 대선 후보인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언론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인물'이고, 그의 사회적 이슈나 정치에 대한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이 취재 윤리를 위반하고 불순한 정치공작의 의도를 가진 불법녹취파일을 방송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원 결정은 국민 상식에 부합한다"며 "법원이 수사기관에서의 방어권을 인정하면서도 김씨 발언을 방송하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통화 녹취록은 아직 베일에 쌓여 있어 현재로선 여야의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긴 힘들다.
이에 대한 판단은 방송 이후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다.
다만 주목할 부분은 윤 후보와 부인 김씨가 '7시간 통화' 리스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 여부다.
국민의힘이 MBC를 상대로 법원에 통화녹음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이 돌발악재로서 대선에 미치는 폭발력이 크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김씨 총력 엄호'를 위해 방송사를 찾아가 항의하고 법원에 소송을 낸 것 자체가 되레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윤 후보가 김씨의 허위경력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처럼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이번에도 안이한 자세와 형식적인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된서리를 맞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국민의힘 일각에선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나 큰 흐름을 돌려놓을 변수는 아니다" "정치공작의 피해자가 무슨 사과를 하느냐"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성급한 낙관론이나 강경론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부적절하다.
윤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간 지지율이 매일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팽팽한 호각지세인 상황에서 순간의 방심은 자칫 패배의 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 후보측이 이번에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대처로 슬쩍 넘어가려 한다면 '비호감-부도덕'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굳어질 수 있다.
위기 관리에 대한 역량 부족이라는 낙인까지 찍히면서 지지율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윤 후보 부부에 실망한 중도·무당층 표심이 같은 야권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쏠릴 경우 향후 두 후보의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뺏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윤 후보측이 이번 사태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걸맞는 명확하고 단호한 입장과 대책을 신속히 내놓는다면 냉랭한 유권자 마음을 어루만지며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윤 후보 부부의 진정성이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윤 후보는 남의 가족에 대해 가장 원칙적으로 대응했듯이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족이나 참모에 대해서도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구차한 변명보다 솔직하고 겸허한 자세로 잘못이 있다면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김씨 또한 남은 선거기간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속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고 고민해야 한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정치가는 자기를 될 수 있는대로 뚜렷하게 돋보이고자 하는 욕망인 세속적인 허영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베버의 지적은 김씨가 앞으로 평생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경구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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