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군 위문편지' 논란 일파만파…"학생 괴롭힘 멈춰달라" 호소
입력 2022-01-14 16:06  | 수정 2022-01-14 16:41
사진 =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 캡처
조롱성 위문편지 알려지자
편지 작성 학생 신상 정보 알아내
전교조 "가해자 수사해 처벌해야"
조희연 "학생 심리·정서 지원 위한 상담 시작"

최근 '군인 조롱' 위문 편지를 작성한 학생에 대해 도를 넘은 비난이 쏟아지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는 해당 학생을 보호하지 않은 학교를 비판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여고생들의 위문편지 활동 자제를 일선 학교에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또한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열심히 사세요^^"

앞서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지난 11일 '군복무 중 받은 위무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습니다. 군 장병이 받았다는 편지 캡처 사진을 보면 해당 편지를 작성한 여고생은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 싶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에 적은 것으로 보이는 위문 편지의 전체 내용은 이렇습니다.

안녕하세요. 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은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저도 이제 고3이라 죽겠는데 이딴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 군대에서 노래도 부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나서 어쩌고~ 그니까 파이팅~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사진 =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사진 속 편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먼저 공개된 바 있는데,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작성자는 "친구가 올려 달라고 해서 올린다.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을 받았는데, (친구만) 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다고 한다. 차라리 쓰지를 말지. 너무하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장병이 받은 편지도 공개됐습니다. 해당 편지에는 "아름다운 계절인 만큼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고 편안한 하루하루 되길 바란다. 이 편지를 받는 분께는 좀 죄송한데 집 가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두 위문 편지는 같은 고등학교에서 같은 날짜에 작성됐습니다.

이후 편지 내용을 문제 삼아 일각에서는 해당 편지를 적은 학생들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 온라인 상에 유포하는 등 도를 넘는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전교조 "여성 청소년이 성인 남성 위로, 기괴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오늘(14일) 성명을 통해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이뤄지는 위문편지 쓰기를 중단하고, 도 넘은 폭력과 비방에 시달리는 해당 학교 학생 보호 조치를 낼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교조는 "현행 교육과정 상 봉사활동의 범주에 적합하지도 않은 위문편지 쓰기를 봉사활동으로 시행한 것 부터 시대에 역행 하는 반교육적 행위"라고 지적하며 "여성 청소년이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발상은 기괴하기까지 하다"고 비난했습니다. 위문 편지를 작성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처럼 사실상 반강제적 활동이었다는 점을 비판한 겁니다.

아울러 논란 이후 해당 학교가 전한 입장문에 대해 "학생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내용도, 이후 학생 보호 방안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지 않다"며 "서울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지금이라도 학생 보호를 위한 모든 조처를 강구하고 해당 학교는 성차별·반민주적 봉사활동을 사과하고 위문편지 봉사활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도 넘은 비난을 행한 가해자 수사와 처벌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조희연 "군인·학생 모두에게 죄송"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논란 진화를 위해 직접 나섰습니다. 조 교육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진행되는 사안조사에 철저를 기하겠다"며 "이 과정에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멈춰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조 교육감은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다하는 중에 온라인에 공개된 편지 내용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국군 장병들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를 드린다"며 "또 위문편지를 쓰게 된 교육 활동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낀 학생들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논란이 된 위문 편지를 받은 군인과 해당 편지를 작성한 학생 모두에게 고개 숙였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학교 학생들에 대하여 온·오프라인에서 공격과 괴롭힘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며 "학교에서는 즉시 학생의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상담을 시작하였고, 교육청에서는 성폭력피해지원센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신속하게 학생과 학부모의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는 한편, 피해 학생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법적인 합성사진 등이 삭제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사진 = 연합뉴스


현재 서울시 교육청은 학생이 위문 편지를 쓰게 된 학교의 상황과 이후 과정 등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입니다.

조 교육감은 "서울 교육을 이끄는 이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서로가 다른 세계에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같은 세계에 존재하는 이들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질서를 교육 현장에서 함께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내로 관내 학교에 위문편지 활동 자제 등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미성년자에게 위문 편지를 강요하는 행위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은 등록 이틀 만에 2만 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의 경우 등록 뒤 30일 동안 동의 만 명을 넘기면 교육감이 한 달 안에 공식 답변을 해야 합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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