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설강화' 역사 왜곡 우려"…국내외 학자들, 디즈니+에 공개서한
입력 2022-01-11 15:16  | 수정 2022-01-11 15:46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 사진=JTBC 제공
한국학 연구 학자 32명 방영 재고 요청
"해외서는 역사 비판 몰라…책임감 있어야"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드라마 '설강화'에 대해 국내외 학자들이 '설강화'를 스트리밍 중인 디즈니 플러스에 '설강화' 방영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발표했습니다.

학자들 "픽션, 실제 역사에서 많은 디테일 가져오면 무의미"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 사진=JTBC 제공

오늘(11일) 조지아 공대, 조지워싱턴대, 이화여대 등에서 한국을 연구하는 학자 32명은 루크강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사장에게 "'설강화'를 배급할 때 드라마 속에서 한국 근현대사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신중하게 고려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학자들은 "디즈니 플러스가 '설강화' 스트리밍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를 구할 것을 요청하며 편지를 쓰는 것"이라면서 디즈니 플러스 측이 '설강화' 논란에 대해 침묵이 아닌 실질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창작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드라마가 '픽션'이라는 변호는 해당 픽션이 실제 역사에서 너무도 많은 디테일을 가져왔을 때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 당초 '설강화' 여주인공 이름이 민주화 운동가였던 천영초 씨의 이름을 딴 '은영초'였다가 논란이 되자 '은영로'로 바뀌었으며 ▲ 천영초 씨의 남편 정문화 씨가 민청학련 사건 때 공산주의자이자 북괴의 추종자로 몰려 고문을 당했음에도 여주인공이 남파 간첩과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 등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 베를린을 통해 대학원생으로 위장해 들어오는 남파 간첩의 설정이 '동백림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 ▲ 여주인공의 아버지 캐릭터 '은창수'가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진압한 박준병 20사단장과 유사한데도 그가 독재 정권에 마지못해 협력하는 인물로 그려진 점 등을 꼬집었습니다.

학자들은 그러면서 "한국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대한 역사학자 등의 비판을 들을 수 있지만 국제 시청자들은 그런 환경에 있지 않다"며 "어마어마한 접근성과 영향력을 갖춘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는 그에 따른 책임감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역사 왜곡 구설…방영 중단 청원→상영금지 가처분 기각

'설강화' / 사진=디즈니 플러스

한편, 드라마 '설강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운동권 여대생과 남파 간첩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에 제작 단계부터 설정 관련 우려가 나왔었으나 방송국과 제작진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안기부 직원을 정의의 사도처럼 묘사하거나 당시 안기부의 폭력을 정당화하는 듯한 이미지가 비치며 역사 왜곡 및 군부 미화, 민주화 운동 폄하 논란 등 구설에 휩싸였습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드라마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고,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JTBC 측은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며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 의도가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도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JTBC 측을 상대로 낸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드라마가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접하는 국민들이 그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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