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억대 웹툰작가 건보료 월 2만8천 원?...'해촉 증명서' 악용 사례 증가
입력 2022-01-07 09:52  | 수정 2022-01-07 10:02
사진 = 연합뉴스
전년도 소득으로 지역가입자 건보료 책정하는 부과체계의 맹점 악용
보험료 사후 정산제도 도입하는 방안 모색


억대 소득을 올리는 웹툰 작가,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연예인 등 일부 프리랜서가 '지역 건강보험료 조정제도'를 활용해 편법으로 건보료를 회피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습니다.

유명 플랫폼에서 만화를 연재하는 웹툰 작가 A 씨는 연간 1억 5천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지만, 지난해 그가 납부한 지역건강보험료는 월 2만7천900원에 불과합니다.

그는 매달 98만 원가량의 건보료를 납부하도록 통보받았지만, 연재계약을 맺은 플랫폼 회사에서 '해촉 증명서'를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뒤 보험료를 대폭 감면받았습니다. 해촉 증명서란 발급인의 조직, 재직, 근무, 인건비 등의 거래 지불관계가 종료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입니다.

당국은 이는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편법일 뿐 불법은 아니기 때문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7일 국회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프리랜서가 해촉 증명서를 제출해 지역보험료를 조정한 건수가 2020년 85만 407건, 조정 소득금액은 조 5천 1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촉 증명서로 보험료를 조정한 건수 및 소득금액은 2018년 52만7천627건(4조 9천614억 원), 2019년 69만7천875건(5조6천366억 원)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역가입자에겐 전년도 소득으로 건보료 책정…허점 악용

이런 일은 지역보험료 조정제도의 허점 때문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보료 부과체계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에게는 당해연도 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점수를 합산해 건보료를 매깁니다. 이때 건보공단이 지역가입자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은 프리랜서 등이 당해연도에 거둔 소득이 아닌 전년도 소득입니다.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는 국세청에 매년 5월 전년도 종합소득금액을 신고하고, 매년 11월 건보공단이 이를 바탕으로 책정한 건보료 고지서를 받습니다. 소득 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 시점 사이에 약 1년이라는 시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수입 변동 폭이 심한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전년보다 올해 소득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책정된 건보료는 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건보공단은 지역가입자가 폐업(휴업) 사실 증명원, 소득금액 감소증명원, 퇴직(해촉) 증명원 등 자료와 함께 소득금액 조정을 신청하면 보험료를 조정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프리랜서가 벌어들인 전년도 소득이 단발성일 뿐 올해도 발생한 소득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면, 건보공단은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전년도 소득정보를 최대 '0'원으로 처리하는 등 대폭 건보료를 감면해줍니다.

IMF 당시 프리랜서 부담 덜기 위해 만들었지만…이젠 억대 소득자들도 등장

지역건보료를 깎아주는 제도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엔 프리랜서가 많지 않았고, 프리랜서라 할 수 있는 지종은 비정규직인 보험설계사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들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일부는 억대 고소득을 올리는 등 상황이 변하면서 해촉 증명서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건보공단의 한 관계자는 "고소득 프리랜서가 일시소득이라고 주장하며 해촉 증명서를 제출해 소득을 0원으로 만들어 건보료를 감면해줬더니 몇 년간 계속해서 같은 사업체와 재계약을 맺고 동일 사업체에서 받은 해촉 증명서를 매년 반복해서 내는 등 일부 프리랜서의 도덕적 해이가 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소득 파악 시스템으로는 프리랜서의 구체적인 소득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건보공단은 지역가입자도 소득 파악률이 90% 이상인 상황을 반영해 지역건보료에 대해서도 직장 건보료와 마찬가지로 보험료 사후 정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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