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기척] 무경력자에 월 500 주는 '꿀알바'…업무는 앉아만 있기?
입력 2022-01-06 08:00  | 수정 2022-01-07 07:07
구인구직 앱 ‘알바몬’에 올라와 있는 바 아르바이트 공고들 /사진=알바몬 화면 갈무리
구인·구직 앱에 즐비한 '꿀알바' 공고
시급 5만 원·NO 착석·NO 터치 홍보
실상은 딴판…노출 심한 의상 요구
[인]턴[기]자가 [척]하니 알려드립니다! '인기척'은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척! 하니 알려드리는 MBN 인턴기자들의 코너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구직난이 심화한 가운데 대학생들도 겨울 방학을 맞아 ‘꿀알바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꿀알바는 시급이 높고 근무 조건이 좋은 아르바이트를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꿀이어도 너무 꿀인 수상한 아르바이트 공고가 알바몬 등 구인·구직 앱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해당 업소들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적게는 2만 5천 원, 많게는 5만 원의 시급을 약속합니다. 그러면서 근무 강도 역시 최저 수준이라고 홍보합니다. 실제로 이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던 A 씨는 면접 당시 사장에게 출근 시부터 퇴근할 때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앉아만 있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어떤 업소는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이 가능한 ‘탄력 근무를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제주도에 있는 한 업소는 입사만 하면 축하금 100만 원에 특급 호텔 호캉스까지 약속했습니다. 그야말로 ‘꿀알바 오브 꿀알바, 꿈의 직장입니다.

예쁠 수록 좋아, 업무는 앉아서 말동무가 끝? '토킹바' 아르바이트

꿈 같은 아르바이트 조건을 내건 업소들은 전부 ‘토킹바, ‘모던바로 불리는 바(bar)입니다. 알바몬에 바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대부분의 가게가 3만 원 이상의 높은 시급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인 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바 아르바이트 공고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의심스러운 점 투성이입니다.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 초반 여성만을 채용하는가 하면 공고에 대놓고 ‘예쁘고 매력적인 분을 우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 업무는 손님과 마주 앉아 말동무를 해 주는 것뿐, 절대 퇴폐적인 일이 아니라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단골로 등장하는 표현은 ‘NO 착석, ‘NO 터치. 즉, 손님 옆에 앉아서 술을 접대하거나 손님이 몸을 더듬는 일은 근무 중에 전혀 없으리라는 뜻입니다.

'NO 터치'라는 홍보는 오히려 손님의 '터치' 가능성을 상정했다는 점에서 의심스럽습니다. 과연 주장하는 바대로 '퇴폐적인 일'이 아닌 것일까요?

남성 옆에서 술 마시는 알바생들…시급은 제시 금액 '절반'

바(bar)(기사와 관계 없는 참고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용기(?)를 내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바에 직접 면접을 보러 가 봤습니다. 지도 앱에 상호가 등록되어 있지 않은 탓에 어렵사리 찾아간 업소는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짙게 선팅 된 유리문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바 자리로만 구성되어 손님 옆에 앉을 일은 절대 없다는 설명과 달리 방처럼 분리된 공간이 여러 개 존재했습니다. 커튼으로 대충 가려진 방 안에서는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들과 여성 종업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그중 몇 명의 남성은 종업원의 어깨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면접은 업소의 '매니저라는 사람과 일대일로 약 10분간 진행됐습니다. 매니저는 구매처 정보까지 알려주며 출근 시 입어야 하는 복장에 관해 설명해줬습니다. 하나같이 노출이 심하거나 몸에 딱 달라붙는 의상이었습니다.

매니저는 기자에게 공고에 적혀 있던 4만 8000원의 시급 대신 1만 5000원의 시급을 약속했습니다. 알바몬에서 보고 온 금액과 다르다”고 항의하자 코웃음과 함께 초보한테는 그렇게 못 준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어 기자가 룸 형태로 된 공간을 가리키며 저 안에서도 근무를 하는 거냐”고 묻자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착석은 있지만 터치는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터치 없다? 제일 흔히 하는 거짓말…신체 접촉 허다해”

하지만, 6개월 간 서울 목동의 한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B(22) 씨는 손님과의 접촉이 없다는 말은 가장 흔히 하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어 공고 속 내용은 실제 근무와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습니다.

A 씨가 근무한 바 사장도 A 씨에게 손님들 옆에 앉아 함께 술을 마시기를 강요했습니다. 망설이던 A 씨는 손님들이 몸을 만지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사장의 설득에 일을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출근 직후 남성 손님들이 A 씨의 허벅지 등 신체 부위를 대놓고 만지는 일이 있었고, 이를 사장에게 보고했더니 네가 참으라”는 식의 대답이 돌아왔다고 토로했습니다.

A 씨는 남성 손님들이 야한 농담을 건네는 등의 성희롱도 비일비재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는 대학생인 자신에게 "용돈을 줄테니 주기적으로 만나 성관계를 갖자"는 식의 스폰서 제안까지 건넨 손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A 씨는 이런 일들을 겪으며 불쾌감을 느꼈으나 당장 눈앞에 닥친 등록금을 납부해야 했던 탓에 일을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바 아르바이트만큼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흥업 종사 여성 25.8%가 ‘바 아르바이트로 입문

‘꿀알바의 탈을 쓰고 유흥업이라는 본 얼굴을 가린 바 아르바이트. 가장 큰 문제는 여성들이 성매매 산업에 뛰어드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흥업소 종사 여성 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유흥업 종사 경험이 있는 성인 여성 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처음으로 일했던 유흥업소로 ‘바 아르바이트를 답한 사람이 25.8%(22명)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81%는 처음 유흥업을 시작한 가게에서 계속 일하지 않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다”고 답했습니다.

유흥업소 종사 여성 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다만 현재 일하고 있는 업종에 대해서는 단 6%인 5명만이 ‘바라고 대답했습니다. 업종을 전환한 이유에는 82.4%가 이전 직장보다 더 높은 급여를 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대학생 C(21) 씨도 등록금 겸 용돈을 벌기 위해 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어차피 비슷한 일인데 돈이라도 많이 벌자” 싶어 현재는 노래방 접대부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 씨는 (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술을 안 마셔도 매상을 못 뺀다고 혼다고, 술을 마셔서 취하면 또 취했다고 혼나는 일이 잦았다”며 어차피 힘든 일 하는 건데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이 나았다”고 바에서 노래방으로 근무처를 옮기게 된 계기를 밝혔습니다.

C 씨는 주변에도 바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다 아예 노래방이나 룸사롱 등 유흥업 쪽으로 발을 돌려버린 지인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일의 강도나 불법성이 더 세지만 그만큼 높은 급여를 주기 때문입니다.

구인구직 앱 허점 이용해 공고 올리는 '토킹바'…주의 필요

지나치게 좋은 근무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바 아르바이트 공고들 /사진=알바몬 화면 갈무리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구인·구직 앱인 알바몬에는 1종 유흥업소도 별다른 제재 없이 구직 공고를 등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바몬 관계자는 현재 등록되어 있는 바 공고 중에는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된 가게도 있고, 1종 유흥업소로 등록된 가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근무내용에 접대 등의 업무가 들어갈 때는 자체적으로 공고를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많은 바들이 ‘착석 없음, ‘퇴폐 업무 아님 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걸면서 삭제를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고 노출은 빈곤과 생계 문제를 겪는 여성들이 성매매 산업으로 유입되는 유인책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음료를 제조하는 바텐더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도 지원했다가 '유흥업 종사자'가 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반성매매인권행동단체인 이룸 측은 "성매매 산업은 때로는 성매매의 형태로, 때로는 '접대'를 하는 유흥업소의 형태로 나타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횡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성매매 산업은 여성을 성적인 존재로 대상화하고 성 구매자들의 그릇된 욕망으로 성립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매매 산업은 막대한 이익을 착복하는 과정에서 빈곤 여성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하도록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은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eunjinlee5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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