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두세배 환수는 커녕 5%만 되찾아…매년 6만명 회삿돈에 손 댄다
입력 2022-01-04 17:54  | 수정 2022-01-04 23:46
◆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파장 ◆
지난달 20일 LED 제조 전문 기업 금빛(GV)이 상장폐지됐다. 지난해 10월 회사의 전 대표이사 김 모씨가 550억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05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금빛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조명 명가'로 불렸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2017년부터 적자를 냈고, 사업도 기울었다. 지난해 10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재기에 나섰지만 거액의 횡령 사실이 밝혀지며 기업회생절차도 불발됐다. 금빛과 공급계약을 맺었던 업체들은 재고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 배임·횡령 혐의 발생 공시 건수는 45건으로 조사됐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선 1880억원에 달하는 대형 횡령 사고가 터져 소액주주 2만명이 날벼락을 맞았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날 "횡령 자금을 회수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민사소송을 통해 횡령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법조계는 횡령 자금 회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폐지 여부는 '회수 가능한 자금 규모'에 달렸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이 금액은 오스템임플란트 재무제표의 당기순손실로 잡힌다. 횡령액 1880억원은 이 회사 자기자본의 91.8%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범죄수익에 대한 회수가 제대로 안돼 이 같은 재산 범죄가 계속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4일 대검찰청의 '2021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0년 개인·기업 등의 횡령 피해액은 2조737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자금 회수는 고작 1312억원에 그쳤다. 횡령 피해액의 4.8%만이 겨우 회수된 셈이다. 더욱이 회수액 1312억원에는 수년 전 발생한 횡령 자금 회수도 포함된 수치다. 지난 3년간 매년 횡령 피해액을 보면 2조~3조원대이고, 회수액도 고작 1200억~13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법조계는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자금을 전액 회수하기는 대체로 힘들 것으로 본다. 민사소송을 통한 회수가 상당 시간 걸리는 데다 1년 이상의 거래정지 기간 장기화도 우려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횡령·사기·배임 등 경제 범죄는 개인 대 개인이 만나서 발생한 범죄로, 국가가 사적 영역에 개입(몰수·추징)할 수 없다"며 "다만 다단계 사기 등 서민 다중 피해 범죄는 예외적으로 국가가 개입하기도 하지만, 이번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는 그렇게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횡령 직원의 계좌를 동결해 횡령금을 최대한 빠르게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직원의 모든 계좌를 동결해 횡령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의 돈을 빼돌리는 횡령 사고는 매년 6만여 건 터지고 있다.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며 횡령 건수 역시 늘어나는 추세인데 2019년 들어 사상 처음으로 6만건을 넘겼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0년 횡령죄 발생 건수가 6만539건이다. 2019년 6만819건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2014년에는 3만7800건인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1.6배 증가했다. 횡령액 10억원을 초과하는 사고가 매년 400여 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오스템임플란트의 1880억원 횡령은 규모에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잠적한 직원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직원 이 모 팀장 가족들은 국내에 머무르고 있으며 지난달 31일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이기 때문에 국외로 도주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팀장이 3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 동안 1880억원을 횡령한 만큼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통신과 계좌 내역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 다만 횡령금이 복수의 계좌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빠져나간 정황이 확인되면서 자금 추적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계좌에 퍼져 있는 자금 흐름을 쫓아가고 있다"며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이 팀장의 아내를 만나 행방을 추궁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 팀장은 잠적하기 전 아내에게 4층짜리 건물을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 규모가 큰 만큼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자는 15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된다. 형법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업무상 횡령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단 횡령액에 따라 법정형이 상향된다.
[박윤예 기자 / 김정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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