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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토뱅에 일격당한 '금융 공룡'…두둑한 실탄·데이터로 대반격
입력 2022-01-04 17:48  | 수정 2022-01-05 00:10
◆ 2022 신년기획 금융리더 100인에게 듣는다 ① ◆
전통 금융권이 올해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빅테크·핀테크의 공습에 잠시 기세가 꺾였지만 올해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금융 노하우와 상대적으로 우월한 자금력으로 디지털혁신(DX) 전쟁의 승기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술 부문은 제휴를 통해 보완할 예정이다. 5대 금융지주 수장들이 연초부터 '창발적 혁신' '재창업' 같은 단어를 써가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환골탈태를 주문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빅테크·핀테크보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4일 매일경제가 국내 금융리더 100인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통 금융사가 빅테크보다 우위에 있는 조건을 묻는 질문에 '고객 기반과 신뢰도'라는 응답이 38%로 1위를 차지했다. 수십 년간 고객과 거래하며 쌓아온 방대한 금융 데이터가 17%로 2위, 다방면의 위기관리능력이 13%로 3위였다. 많은 고객들이 빅테크 금융사로 계좌를 옮기고 있지만 아직까지 신뢰도 측면에서는 전통 금융사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금융사들이 보유한 지점 등 오프라인 채널을 경쟁력으로 꼽은 응답자도 13%나 됐다. 충분한 자본력(9%)과 광범위한 사업범위(6%), 기업고객 확보(3%)가 뒤를 이었다.
자본력은 금융권도 빅테크에 밀리지 않는다. DX 전쟁의 필수 무기로 꼽히는 정보기술(IT)과 클라우드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은 최근 이 시장의 가장 큰손 고객 중 하나다.

한 시중은행장은 인터넷은행과 대비되는 강점으로 '풀 뱅킹 서비스'를 꼽았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기업금융 시장과 투자 운용 부문에서도 차별화 기회를 찾고 있었다. 빅테크와 핀테크가 섣불리 도전하기 힘든 분야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고객 시장에서다. 기업고객들은 여전히 전통 금융권을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손해보험 시장에 진출하고, 신생 핀테크 기업들이 중금리 대출과 해외 송금 등 기존 금융권 영역에 도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일부에 불과하다. 기존 금융권, 특히 은행 등에서만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이 훨씬 더 방대하다.
기존 금융사들은 유망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도 적극 고려하고 있었다. 매일경제 설문에서 금융리더 10명 중 4명은 '디지털 금융에서 빅테크 기업이 전통 금융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답했다. 금융사들이 비교우위를 점할 전략으로는 '빅테크·핀테크와의 전략적 제휴와 협업'이 꼽혔다. 1~3순위까지 복수 응답을 감안할 때 응답자의 72%가 이 전략을 꼽았다.
각종 규제는 금융사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 은행권 임원은 "가령 데이터 분석 회사, 인공지능(AI) 관련 자회사, 생활금융 플랫폼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싶어도 현 은행법상 비금융 스타트업 지분 15% 이상을 보유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주관식 문항의 답변에서는 은행권 수장과 임원들의 장문의 호소가 가득했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금융당국이 '산업' 관점에서 금융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금융사 임원은 "기업이 본업을 잘해 이익을 내면 좋은 회사라고 하는데, 은행·카드·보험사가 이익을 내면 지탄을 받는다. 금융을 산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기업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모두 말하는데 대한민국에 '금융가'는 없다. 금융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세계적인 금융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보 보호와 보안은 금융 DX 전쟁에서 중대한 승부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금융 정보가 오가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로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최고정보기술책임자는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회사들은 개인정보 유출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모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고객의 금융 정보를 통째로 관리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기회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정보 보호와 보안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답자 소속 기관(업권별 가나다순) 경남은행, 광주은행, 부산은행, 수출입은행, 신한금융지주, 신한은행,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하나은행,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DGB대구은행, IBK기업은행, JB금융지주, KB국민은행, KB금융지주, KDB산업은행, NH농협은행, NH농협지주, SC제일은행, 메리츠화재,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삼성화재, 신한라이프,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롯데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BC카드, 하나캐피탈, 현대캐피탈, 삼성자산운용, 신한금융투자, 한국거래소,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웰컴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OK저축은행, SBI저축은행, 국제금융센터, 금융연구원, 금융투자협회,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생명보험협회, 서민금융진흥원, 손해보험협회, 신용보증기금, 신협중앙회, 여신금융협회, 예금보험공사,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 디셈버앤컴퍼니, 뱅크샐러드, 빗썸, 카카오페이, 코빗, 핀크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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