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집값 꺾일수록 '똘똘한 한채' 갈아타기…노도강도 줄줄이 신고가
입력 2022-01-04 17:26  | 수정 2022-01-04 19:08
작년 12월 전용면적 84㎡가 27억3000만원에 거래돼 5개월 만에 3억원 오른 신고가를 기록한 서울 잠원동 동아아파트 전경. [매경DB]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한 서울 은평·도봉구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남과 강북 모두 지역 알짜 아파트에 대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평구에서 다수 아파트가 신고가로 매매가 이뤄졌다. 지난달 녹번역(3호선) 초역세권인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면적 85㎡(16층)는 14억5000만원에 손바뀜돼 기존 신고가인 14억원보다 5000만원 높게 거래됐다. 은평뉴타운의 '상림마을 현대아이파크 4단지' 134㎡에서도 기존 신고가(11억원)보다 높은 11억5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은평구 아파트값은 최근 2주간 하락세다.
은평구에 이어 12월 넷째주부터 하락세로 전환한 도봉구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방학역(1호선) 초역세권에 위치한 '대상타운 현대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10억2900만원에 거래되며 석 달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기존 신고가는 지난해 9월 거래된 9억8000만원이었다. 앞서 지난달 6일 '창동주공 3단지' 62㎡가 8억3400만원(기존 신고가 7억3000만원), 같은 달 7일에는 역시 도봉역 초역세권인 '도봉동 동아에코빌아파트'(85㎡)가 7억8000만원(기존 신고가 7억6000만원)으로 각각 신고가를 찍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심해진 상황이지만 본인 형편에 맞는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고자 하는 실거주 수요가 반영된 현상"이라며 "평균적인 하락세가 나타나는 지역에서도 고점이 경신되면서 하향 안정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도봉구는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염두에 둔 실거주 수요가 고점 경신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남권에서는 신고가 행진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 94㎡는 지난달 4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거래된 같은 크기보다 2억원 오른 가격이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4차 전용 105.8㎡도 지난달 5개월 만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32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는데, 지난해 7월 31억5000만원 대비 1억원 오른 가격이다.
서초구 잠원동아 전용 84㎡ 역시 지난해 7월 24억3000만원에서 지난달 3억원 오른 27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하반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 다주택자 압박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짙어지면서 서울 30평형대(전용 85㎡ 초과~102㎡ 이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 월간KB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중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2969만원으로 전월 대비 3091만원(2.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 0.67%의 3배를 웃돈다.
15억원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주택 구입 시 대출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아 '대출 금지선'으로 불리는 가격이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최근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를 정리하고 서울 반포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상담이 진행되는 등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자산 슬림화와 차별화 장세에 대한 대응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서울 중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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