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목덜미 점이 수상"…한국계 예비 의대생, 피부암 환자 구해
입력 2022-01-04 15:15  | 수정 2022-01-04 16:18
나디아 포포비치(22)와 브라이언 해밀턴 /사진=연합뉴스
경기 관람 중 하키 팀 매니저 목덜미서 종양 발견
휴대전화에 "당신 목덜미에 암이 있다" 적어 알려

미국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던 한국계 예비 의대생이 하키 팀 관계자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4일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시애틀 크라켄과 밴쿠버 캐넉스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경기가 열렸습니다. 관람석에 있던 나디아 포포비치(22)는 밴쿠버 팀의 장비 매니저인 브라이언 해밀턴의 목덜미에서 낯익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포포비치는 이내 해밀턴의 목덜미에 있는 작은 점이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배운 '피부암 증상'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그는 점 크기는 작았지만 불규칙한 모양에 솟아오른 것을 보고 뭔가 문제가 있음을 확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해밀턴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포포비치는 여러 차례 큰 소리로 그를 불렀으나 시끄러운 경기장 소음 탓에 그대로 묻히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관중석과 벤치 사이엔 투명한 유리창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들고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나디아 포포비치(22) /사진=연합뉴스

이에 포포비치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그는 경기가 끝날 무렵 해밀턴을 향해 자신의 휴대폰을 마구 흔들었습니다. 포포비치를 발견한 해밀턴은 그의 휴대전화에 목 뒤에 있는 점이 암일 수 있으니 꼭 의사를 찾아가봐라”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을 봤습니다. 해당 메시지의 ‘점, ‘암, ‘의사라는 글자는 특히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해 붉은색으로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이날 저녁 검사를 받으러 간 해밀턴은 의사로부터 악성 흑색종 2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은 그는 현재 완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그는 지난 1일 밴쿠버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내 삶을 바꾼 특별한 사람을 찾고 있다”며 포포인치를 찾았습니다. 이를 포포인치의 부모님이 확인해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고, 재회한 해밀턴과 포포인치는 뜨거운 포옹을 나눴습니다. 밴쿠버와 시애틀 구단은 포포인치에게 밴쿠버와 시애틀 구단은 1만 달러(약 12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습니다.

포옹을 나누는 나디아 포포비치(22)와 브라이언 해밀턴 /사진=연합뉴스

한국인 어머니와 루마니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포포인치는 19세에 워싱턴대를 졸업한 후 올해 의대에 진학할 예정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포포인치는 중학생 시절 발목을 크게 다쳤는데, 이혼 후 혼자서 자신을 돌보는 어머니의 금전 상황을 걱정해 다친 사실을 숨겼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사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포포인치는 한국에 있는 친척들이 기사 난 것을 보고 연락이 왔다”며 한국에서도 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현재 심경을 전했습니다. 그는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이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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