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철책 월북자, 새해 전날 짐 정리 후 잠적…"8년 동안 서너 번 목격"
입력 2022-01-04 08:29  | 수정 2022-01-04 08:39
2020년 11월 귀순한 탈북민 A 씨가 약 1년 만에 철책을 뛰어 넘어 월북한 장소인 강원도 고성 보존GP / 사진 = 연합뉴스
이웃들 "평소 인기척 없었다"

2020년 11월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귀순했다가 약 1년 만에 다시 월북한 30대 초반 탈북민 A 씨가 지난해 마지막 날 주거지의 짐을 모두 정리하고 자취를 감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 씨가 지난해 3월부터 거주했던 서울 노원구의 한 공동주택에 함께 살던 이웃 B 씨가 "여기서 8년을 살았지만 A 씨를 본 건 서너 번이 전부"라고 3일 전했습니다.

이어 "신정 전날(2021년 12월 31일) 오전 7시쯤 새벽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A 씨가 새것 같은 포대기와 매트리스, 이불을 엘리베이터에 실어서 버렸다. 모두 너무 새것이라서 이상했다"며 "A 씨를 불러 세워서 우리가 쓰면 안 되냐고 해볼까 하다가 교류가 없던 사이라 말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처음 이사를 왔을 때도 책이며 수납장이며 짐이 한가득이었는데 며칠을 밖에 놔두고 가져가지 않다가 한참 뒤에 갖고 들어가더라"고 말했습니다.

B 씨는 평소 A 씨와 인사를 하지 않고 지냈다며 "A 씨가 먼저 눈인사라도 했으면 정식으로 인사를 하면서 한두 마디라도 주고받았을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철책 월북자 30대 A 씨가 지난달 31일 주거지의 짐을 모두 정리하고 자취를 감췄다. A 씨가 내놓은 이불류에 배출 서류가 없어 경비실로 연락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 사진 = 연합뉴스

A 씨는 2021년 마지막 날 짐 정리를 한 뒤 새해 첫날 자취를 감췄습니다. A 씨 집 앞에는 이삿짐을 내놓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분리수거장에도 A 씨가 내놓은 이불류가 남아 있었으며 거기에는 배출 서류를 붙여놓지 않아 '경비실로 연락 바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A 씨의 다른 이웃들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고 집에서 흔한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 집에는 사람 오가는 것도 제대로 못 봤다", "기초수급자들이 타 먹는 정부미도 한 2주 동안 그대로 놓여 있다가 사라지곤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단지에 워낙 탈북민이나 조선족이 많이 살지만, A 씨가 다시 북한에 갔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A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이곳에서 1인 가구로 거주하며 청소용역 일을 하는 등 어려운 형편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기초생활급여와 기초주거급여로 월 50만 원 이상을 받고 있었으며 자산은 1,000만 원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를 담당했던 노원경찰서는 지난해 6월 A 씨에게 월북 징후가 보인다고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두 차례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상부에서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보강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지난해부터 월북을 준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여행 등을 알아본 정황도 파악됐지만, 생계와 심리 등에 대한 추가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던 가운데 A 씨는 결국 다시 철책을 넘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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