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데이터M] 거리두기 충격도 빈부격차...가난한 자들에게 더 가혹했다
입력 2021-12-21 10:56 
지난 토요일(18일) 0시, 택시를 잡는 시민들
백화점, 대형마트 방문객 2% 감소할 때 시장은 20% 감소
지난 주말 식당 방문객 30% 감소
영세 자영업자들 단체 행동 예고

5, 4, 3, 2, 1...땡

지난주 금요일 자정 무렵, 1월 1일 새해까지는 2주가 남아있었지만 식당과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연신 시계를 쳐다봤습니다. 토요일 0시부터 강화된 거리두기가 시작하며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은 밤 9시로, 사적 모임 인원은 4명으로 제한됐기 때문이죠.

시계가 12시를 가리키자 시민들은 술잔을 비우고 부리나케 거리로 나왔는데요. 서울에서는 대중교통 시간마저 단축하면서 식당은 텅 비었는데 거리는 택시를 잡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그렇게 웃지 못할 장면들로 시작한 고강도 거리두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토요일부터는 기온도 뚝 떨어지며 한파가 시작됐고, 큰 눈도 곳곳에서 내렸습니다. 이번 주말 전국의 유동인구는 얼마나 줄어들었을까요? MBN 데이터취재팀이 KDX한국데이터거래소와 TDI의 유동인구 플랫폼 어데고(adego)의 도움을 받아 분석해봤습니다.


지난 주말(18일~19일) 전국의 유동인구는 직전 주 주말에 비해 23.4%, 2주 전과 비교하면 25.7% 줄었습니다. 거리의 시민 중 4명 중 1명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죠.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별로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2주 전 대비) 서울은 23.1% 줄었고, 부산 19.6%, 대구 20.7%, 세종 19.3%, 대전 21.9%의 감소율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충청도와 전라도 등 비교적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는 35% 안팎의 높은 감소율이 나타났습니다.

업종별로는 어땠을까요? 상인들 입장이라면 거리두기 피해는 다 같이 받은거 아니냐고요? 데이터를 분석해봤더니 다소 씁쓸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보시죠.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 2~3% 정도의 감소율을 보였고, 대형마트는 오히려 직전 주와 비교하면 방문객이 13%나 늘었습니다. 강화된 거리두기와 한파 속에서도 성탄절 그리고 연말 특수가 반영이 되면서 어느정도 방문객 방어(?)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영세 상인들이 많은 시장에서는 남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종합시장, 그리고 농축수산물 시장 모두 직전 주, 2주 전 대비 20% 안팎의 감소율을 보였으니까요. 영세할수록 더 커지는 거리두기의 충격, 시장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숙박업에서도 호텔과 리조트 그리고 영세한 모텔/여관의 방문객 감소율은 확연히 차이나죠.


영세 자영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식당들은 그야말로 한숨만 나옵니다. 한식, 중식, 일식 뭐 가릴 것 없이 방문객이 (2주 전 대비) 30% 안팎으로 감소했으니까요. 사람이 모일 수가 없고, 9시만 되면 나가야 하니 고강도 거리두기의 충격을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어제(20일) 새벽, 서울 송파구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생활고를 못 이기기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언제나 그랬겠지만 이번 겨울 바람은 유독 가난한 자들에게 더 추운 모양입니다.

정부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방역지원금 1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은 지원금은 필요없으니 다시 방역 대책을 완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내일(22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자영업자들의 대규모 집회도 예고돼 있습니다.

지난 7월 차량 집회를 벌인 자영업자들

무섭게 늘고 있는 확진자 수, 새롭게 등장한 오미크론 바이러스 하지만 한쪽에서는 코로나19보다 생활고 때문에 먼저 죽겠다는 아우성도 터지고 있습니다. 빈자(貧者)에게 더욱 가혹한 거리두기, 우리 정부의 다음 대응책은 무엇일지, 혹시 대응책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민경영 데이터 전문기자 / busines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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