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없어질 직업'에 종종 사서가 들어가있지만 그럴리 없다고 본다. 도서관 역시 4차산업 혁명 속에서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늘고 있고, 도서관 운영을 책임지는 사서라는 직업 역시 이에 발맞추어 변해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도서관에서 만난 이지영 주무관(29·왼쪽)과 임채영 주무관(25)은 오늘날 사서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변해가는 환경 속에서 사서 역시 요구되는 역할과 의무가 많아지고 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란 뜻이다. 실제 기자가 만난 두 사서들도 장서를 대여하고 관리하는 업무만을 맡는다고 오해받는 세간의 인식과 달랐다. 그들은 도서관과 시민들을 잇는 안내인이자 다음 시대의 도서관의 모습을 그리는 화가, 그리고 이를 직접 만들어가는 건축가 등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서울도서관 도서관정책과에서 근무중인 이 주무관과 임 주무관은 사서가 수행하는 업무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주무관은 "도서관을 굴리기 위한 모든 업무를 다 한다고 보면된다. 도서관 인력관리와 운영방침, 재원 확보, 정책 구상과 실제 프로그램 설계까지도 맡는다"고 말했다. 임 주무관은 " 이용자들을 관리하고 대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넘어선 도서관의 대부분의 일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도서관에선 매달 주제를 정해 전시회를 열고, 유명저자들의 강연도 진행중이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정책과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시립 서울도서관에 근무하는 이들은 서울 시내 모든 공공도서관의 정책의 수립·관리도 맡고 있다.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역사회 대중 독서운동으로 자치구별 공공도서관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한 권의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다. 사서들은 매해 올해의 주제와 도서를 선정하고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는 10년 넘게 진행돼 자치구마다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시민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매해 선정되는 도서에 대해 질문도 하고 독서동아리도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과 임 주무관은 시대변화에 따라 사서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주무관은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도서관들도 온라인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다. 당연히 사서들이 이를 책임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엔 '서울북페스티벌''2021 서울지식이음축제·포럼' 등 서울도서관이 진행하는 많은 사업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박형기 기자]
국공립 도서관의 사서가 되기 위해선 국가공인 사서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통상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면 자격증이 발급된다. 뒤늦게 사서의 꿈을 꾸는 이들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자격증을 얻을 수도 있다. 두 주무관 역시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사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사서를 꿈꾸게 됐을까. 임 주무관은 "당연한 대답일 수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고 도서관을 가는 것을 좋아했다. 이처럼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됐지만 문헌정보학에 진학하고 난 후 마음을 굳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누구보다 가까이 할 수 있는 점도 사서라는 직업이 얻을 수 있는 장점이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사실 책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하. 하지만 도서관의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예전부터 좋아한 점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고 했다.'덕업일치'를 이룬 주무관들이지만 만족도만큼 사서로서의 고충도 심하다. 이 주무관은 "이용자의 민원을 응대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며 "도서관은 모드에게 개방된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데 그만큼 이해할 수 없는 요구를 하는 분들도 다"고 했다. 그들이 설명하는 '악성 민원인'의 사례는 상상을 초월했다. 직원을 성추행하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로 음란물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반납기일을 어긴 이용자의 어깃장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임 주무관은 "책을 좋아해서 사서가 됐는데 퇴근하고 나면 지쳐 읽던 책도 안보게 되더라"고 장난섞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류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