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반기문, 서욱 면전에서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 빌미만 줄 것"
입력 2021-11-30 15:37  | 수정 2021-11-30 15:43
3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한미동맹 미래 평화 컨퍼런스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북한, 수많은 합의 중 의미 있게 지킨 것 단 하나도 없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종전 선언을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서욱 국방부 장관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 선언을 비판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30일)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서울 밀레니엄헬튼호텔에서 개최한 '한미동맹 미래평화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종전 선언을 위해 물밑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보 태세를 이완 시키고 북한에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하게 될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 전 총장은 "우리가 그동안 북한과 얼마나 많은 합의를 해왔나. 수많은 합의 중 의미 있게 지켜지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종전 선언만 갖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간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고 지켜지게 될 것"이라며 현 상태의 국제 사회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과의 관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고 꼬집으며 "북한을 좋은 마음으로 대한다고 해서 똑같이 그들이 좋은 마음으로 우리를 대할 것으로 기대하면 위험해진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힘을 기르고 한미동맹을 강고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안보 정책"이라고도 했습니다.

30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한미동맹 미래 평화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욱 국방부 장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 회장. / 사진 =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서욱 국방부 장관이 함께 있는 곳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서 장관은 "오늘날 한미동맹은 안보를 넘어 경제·기술·보건 등 전 분야에 걸쳐 협력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해왔다"면서 종전 선언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내달 2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 서 실장은 종전 선언의 의미와 진행 상황을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중국의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맞춰 종전 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됩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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