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초동에서] 대통령 취임 전 기소되면 형사 재판받을까?
입력 2021-11-25 14:00  | 수정 2021-11-25 14:38
이재명-윤석열 / 사진 = 연합뉴스
■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유례없는 '사법 리스크'

대선을 앞두면 서초동에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대기업이나 정치권을 대상으로 하는 굵직한 수사의 경우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새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만큼은 예외입니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커다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진행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원지검은 '변호사비 대납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가 최근 거듭 의지를 밝혔던 특검 도입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의 모해위증 의혹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과 배포 의혹 네 건의 혐의로 입건된 상태입니다.

두 후보 모두 대통령이 되기 전 만에 하나 기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 취임 직전 기소 시 재판 관련 명확한 규정 없어

현직 대통령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보장받습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기소된 경우 형사 재판이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도, 선례도 없습니다. 이럴 경우 판단은 오롯이 재판부의 몫이 됩니다.

이 재판이 중요한 것은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의 임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공무원법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토록 하고 있습니다.

■ 결정은 재판부의 몫…법조인 의견 엇갈려


서울 서초구 대법원 / 사진 = 연합뉴스

전·현직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여러 명에게 견해를 물어봤지만, 의견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재판이 현실화됐을 때 재판부도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큰 틀에서 보면 현직 대통령에게 주어진 불소추 특권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렸습니다.

A 검사는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격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국정 운영을 하기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재판장이 대통령 임기 내 재판을 정지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재판에도 재판시효가 있는데 이를 일시적으로 5년(대통령 임기) 간 멈추는 방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B 변호사도 "선례가 없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법원은 형사재판을 정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헌법 취지는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직에서 내려오려면 내란이나 외환에 의한 기소 또는 탄핵에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외환이나 내란 정도의 중대한 범죄가 아닌 다른 형사 사건으로 대통령의 임기가 영향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반면,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블로그에 "헌법이나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데도 해석을 통해서 대통령의 특권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형사특권을 지나치게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은 법 규정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고,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을 중지하는 것보다는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재판에 넘겨지면 유/무죄를 가리지 않는 방법은 공소 기각뿐입니다. 다만, 공소 기각은 형식적 소송 조건의 흠결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C 판사는 "흠결 여부의 판단은 공소 제기 시점이 아니라 변론 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내리는데, 헌법에서 (대통령은) 소추할 수 없다고 돼 있기 때문에 공소 유지도 할 수 없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D 변호사는 "재판이 중지되더라도 대통령을 형사 피고인의 지위로 남아있는 것은 국격 문제가 있어 공소 기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 또다시 공은 사법부로…되풀이되는 '정치의 사법화'


박수치는 여당과 침묵하는 야당 / 사진 = 연합뉴스

여야 사이에 대화와 협상은 사라지고 극한 대치를 하며, 문제가 생기면 고발장부터 들고 검찰을 찾아가는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이를 놓고 학계에서는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우려를 계속해서 제기해 왔습니다.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미국 헌법과 민주주의>한국어판 서문에서 "정치인과 정당의 부패가 정치의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등장하면서 폭로-수사-기소가 정치를 지배하게 되고, 여야 간 힘의 대립에 있어 제3의 힘, 즉 정부 내의 사법기구인 검찰과 사법부의 판결에 의존하는 정도를 크게 높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수 시민의 지지를 얻어 취임한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치르게 된다면, 정상적인 국정 운영에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혹시나 재판 결과로 임기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면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입니다.

[ 이성식 기자 / mods@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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