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②] '마이 네임' 김진민 감독 "한소희-안보현 베드신, 꼭 필요했다"
입력 2021-11-12 07:02 
김진민 감독이 한소희와 안보현의 베드신이 필요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제공| 넷플릭스
(인터뷰①에 이어) '마이 네임'은 김진민 감독의 전작인 '인간수업'에 이어 주인공의 고등학생 시절부터 극이 시작된다. 김 감독은 "고등학생은 어른이라 책임을 져야 하는 동시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나이기도 하다. 또 책임을 지려고 해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관점이 있다.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줄 알고 살았는데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마이 네임'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빠른 전개와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아 장면마다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은 어디일까. 김 감독은 "김상호와 한소희가 다시 만나는 장면이다. 연출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 눈빛같은 부분이 살아있더라"고 감탄하며 "에너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했고 스태프들도 최선을 다해줬다"며 두루 고마워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액션 누아르물인 '마이 네임'은 지상파 방송사 작품에 비해 잔인한 장면이나 마약, 선정적 장면 등을 보여주는데 자유로웠을 수 있다. 만족하는지 묻자 김 감독은 "연출에 제한을 걸지 않았다"면서도 "전체적인 밸런스를 고려했다. 자극적인 걸로 뭔가를 이뤄내야겠다고 전혀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이지만 장면들이 어떤 느낌으로 남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특히 러브신이 나올 때는 선정성을 기반으로 만들진 않은 것 같다. 배우들과 의견 교환을 많이 했다"고도 했다.
'마이 네임'의 한소희, 안보현 베드신은 작품 공개 뒤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불필요한 부분 아니냐", "대체 왜 넣은 것이냐" 등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불편하다는 마음이 불필요하다는 주장까지 가는 것 같다"면서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출과 작가 입장에서는 필요했다. 필도는 지우의 복수를 멈추게 하고 싶었다. 모든 것이 밝혀진 뒤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어보는 신에서 보면 지우는 관성으로 복수를 멈출 수 없던 거다. 지우에게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없는 상태에서 동물적으로 온기를 느끼고 '나에게도 따뜻함이 있는건가?'를 느끼게 되는 지점이다. 이 부분을 한소희에 이야기했다. 그 신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베드신이 없다면) 그 뒤 이야기에서 지우가 방향을 트는데 동력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반드시 필요했던 장면이었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민 감독은 박희순의 악역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제공| 넷플릭스

누아르물의 필수 요소인 악역의 연기도 강렬했다. 김 감독은 악역 동천파 보스 최무진 역을 맡은 박희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지금까지 나온 나쁜 놈 중 제일 나쁜 놈 입니다. 박희순은 동의하지 않더라고요. 스스로 캐릭터에 동화되어 메소딕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정체성이 제일 잘 확립된 캐릭터였어요. 저와 의견 차이가 있었고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작가님도 지우만큼 무진에 애착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톤앤매너가 섹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최무진 캐릭터의 특색은 이름을 부르는 점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극 중 이름이 잘 안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최무진은 윤지우, 정태주, 도강재 등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을 다 부른다. 제목도 이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드라마를 많이 찍어봤는데 흔하진 않은 일이다. 또 살면서 어떤 사람의 이름을 어떤 감정을 가지고 부르는 게 흔한 일인가 싶더라. 그런 지점들이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이 네임'은 인물 간의 섬세한 묘사와 빠른 전개,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스토리, 화려한 액션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연출을 결정한 이유는 뭘까.
김 감독은 "처음 대본을 보고는 '이거 할 수나 있겠나. 다 대역을 써서 되나'하는 마음이 들고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여자인 점, 이야기 등이 하고픈 이유로 바뀌더라. 힘 있는 이야기더라. 작가님이 여성인줄 몰랐는데 읽다보니 '이 사람 뭐하는 사람이야' 싶더라. 단순한 언더커버물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 출발한 이야기더라. 함께 해보고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답이 정해져 있어서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보이는 것은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싶은 작품을 보면 끌린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제가 답을 찾아야 하는 이야기를 찾으면 그 사람과 작업을 하는 거다. 비슷한 이야기라도 다른 관점의 작품, 좋은 작가의 좋은 글을 계속 찾는다. 그 글을 가지고 새로운 배우도 만난다. 골치 아픈 대본이 받고 싶다"고 열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로맨스 작품을 받아본 적은 없다. 아무도 안주길래 저도 대충 포기하고 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은 '마이 네임' 흥행 성공의 공을 전 세계를 홀린 '오징어 게임'에 돌렸다. 김 감독은 한국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면 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세상에 K콘텐츠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분위기를 조성해줬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한 나라만 사용하는 언어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꼭 챙겨봐야 하는 콘텐츠가 됐다. 딱 한 번만 할 수 있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거다. 거기에 올라타야지 재를 뿌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해를 끼치지만 말자고 했는데 부담감이라면 부담감이었다"고 말했다.
김진민 감독은 그동안 '신돈', '개와 늑대의 시간', '달콤한 인생', '로드 넘버원', '인간수업'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한소희를 비롯해 출연 배우들은 인생 연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가진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연출의 비결이 있는지 묻자 김 감독은 "연출을 못할 때는 난폭하게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느 정도 하게 됐을 땐 배우들을 이끌 수 있다는 오만함에 빠졌고 호흡을 하게 하되면서는 배우가 어떤 걸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해석했는지 본다"고 성장하며 달라진 태도를 설명했다.
배우와 해석이 다르다면 대화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캐릭터는 배우가 완성 시키는 거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고 선택하라고 한다. 의심하지 않고 바라보면 해내더라"라고 신뢰를 강조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묻자 김 감독은 "뮤지컬 드라마를 시도하려고 한 적이 있다. 굉장히 해보고 싶은 장르다. 음악이 가진 경계를 무너뜨리는 힘은 액션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가요도 많은데 잘 꿰어 진주 목걸이를 만들면 '오징어 게임'처럼 터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라며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고민해서 선택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K콘텐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노력인 것 같다. 저는 거기에 얹혀가는 입장이다. 제작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지고, 비판과 함께 칭찬도 해주면 긴장하면서, 즐기면서 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