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입주자대표가 경찰에 어린이들 신고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놀이터에 출입한 외부 어린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이달 4일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급히 가보니 우리 애를 포함해 초등학생 5명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주민이 아닌 어린이들만 골라 경찰에 놀이터 기물파손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봐도 그런 정황은 없었지만, 다른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분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또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잡아가는 과정에서 욕을 하고 심지어 휴대전화, 가방, 자전거 등을 전부 놀이터에 두고 따라오라고 해서 아이와 연락이 안 된 것"이라며 "담당 형사도 아동학대, 감금, 언어폭력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지만, 힘들 것 같다고"라고 부연했다.
청원인은 "타 단지 아파트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이 뭔 죄가 있는지 아직 우리 아이에게 설명을 못 해주고 있다"며 "과연 놀이터 주인은 누구일까"라고 토로했다.
당시 놀이터에서 놀던 한 아이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글에는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아파트는 이후 열린 입주자대표 회의에서 단지 내 놀이터를 주민이 아닌 어린이가 이용하면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건'이 의결됐다가 입주민의 반발로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은 지난달 12일 오후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112에 신고했고, 아이들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입주자대표 회장을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부모들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A씨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아파트는 대부분 유치원생이나 갓난아기가 많은데 평소 인근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자주 놀이터에 놀러 오면서 화단을 짓밟거나 소음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날도 아이들이 미끄럼틀 통 위에 올라가 위험하게 놀고 있길래 주의를 주다가 훈계 차원에서 경찰을 부르게 된 것"이라며 "휴대전화를 뺏거나 관리실에 강제로 가둔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