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기 좋고 편한 유리 건물…새들에겐 '죽음의 벽'
입력 2021-11-03 19:20  | 수정 2021-11-03 20:25
【 앵커멘트 】
건물 외벽을 유리로 하면 심플하고 세련돼 보일 뿐 아니라 청소 등 관리도 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년 이런 유리 건축물과 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800만 마리라고 합니다.
새도 우리 자연 환경의 일부인데, 인간 때문에 당하는 희생을 막을 방안은 없을까요?
강세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여러 마리의 진박새가 떨어져 있습니다.

서울시청 건물 앞인데, 유리로 된 외벽에 부딪혀 이미 죽었거나 강한 충격을 받고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유리벽이 무섭구나. 아이고 불쌍해라."

강남 빌딩숲에는 직박구리가, 대학교에도 산솔새와 곤줄박이가 죽어 있습니다.

모두 유리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겁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이곳은 산 주변 도로입니다. 투명한 방음벽이 있는데, 조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문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방음벽을 둘러보니 곳곳에 새가 충돌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 인터뷰 : 김영준 /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넓게는 보는데 3차원으로 보는 능력이 없습니다. 두 눈으로 보지 못해요. 눈이 옆에 있어서."

멧비둘기와 진홍가슴 사체도 보이는데, 유리 충돌은 생존에 치명적입니다.

▶ 인터뷰 : 김영준 /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충돌하고) 70%는 살아서 나가긴 하는데 이 새들은 숲에 들어가서 후유증 때문에 죽거나 다른 동물에게 쉽게 잡혀먹히겠죠."

도심 건축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서울로7017엔 주로 집비둘기가 충돌하는데, 머리부터 날개까지 충돌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 인터뷰 : 김윤전 /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장
- "충돌 흔적, 사체가 발견되면 기록하고 있습니다. 건물 주변에 식생을 조성할(나무 등을 심을) 경우 새들이 유인될 수 있고 식생이 반사된 유리는 더 위험한 조건이…."

시민과 전문가가 발견해 3년 정도 기록한 새 충돌만 2만 4천 건.

새매 같은 천연기념물도 목격됐는데, 이렇게 매년 800만 마리가 죽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유리에 가로 10cm, 세로 5cm 간격으로 점이나 선을 표시하면 새가 피할 수 있지만, 이를 설치한 곳은 극소수.

올해부터 유리 방음벽을 만들 때 충돌방치 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됐습니다.

하지만, 충돌의 90% 이상은 유리를 사용한 건축물에서 일어나는데, 이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어 구멍이 뻥 뚫려 있는 셈입니다.

▶ 인터뷰 : 김영준 /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
- "건축물을 지을 때 조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기능성 유리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뉴욕시는 의무화했습니다. 신규 건축물은 조류 충돌 방지 문양을 넣도록…."

먼저 공공건물에 충돌방지 장치를 설치하도록 법제화하고 점차 민간 건축물로 확대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영상취재 : 김영진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그래픽 : 김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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