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상돋보기][단독] 북한 "'새끼 까치·비닐 풍선'도 단속"…방역 문건 살펴보니
입력 2021-11-03 19:20  | 수정 2021-11-03 20:47
【 앵커멘트 】
우리는 조심스럽게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고 있지만, 북한 상황은 어떨까요?
MBN이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을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도 높은 방역을 주문하고 있었습니다.
<세상돋보기>외교안보팀 임성재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1 】
임 기자, 문서 내용을 좀 살펴보죠.

【 기자 】
네, '엄중한 방역 위기를 조성한 데서 심각한 교훈을 찾자'는 제목의 문서입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작성한 문건인데, 방역에서 하지 말아야 할 지침이 적혀 있습니다.

내용을 보니 가장 눈에 띄는 건 야생동물 관련 부분입니다.

탄광 노동자들이 주변 야산에서 죽은 멧돼지를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간 경우,

주민 6명이 멧돼지를 몽둥이로 때려잡고, 도살했는데 모두 '단속'됐습니다.


야생동물을 각성 없이 접촉하면서 엄중한 방역 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유였습니다.


【 질문2 】
야생동물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을 것이다, 뭐 이런 두려움 때문인가요?

【 기자 】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류까지 해당됩니다.

학생들이 나무에 올라가 까치둥지를 털다가 새끼 까치를 만졌다는 것도 방역 사업에 '위험'을 조성했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에 더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에도 상당한 경계심을 보이는데요.

한 대학생이 길가다 주운 쇠붙이를 주머니에 넣어뒀단 이유로 수백 명이 격리조치 됐고요.

또 어린이가 상어 모양의 비닐 풍선을 여기저기 들고 다녔단 것도 단속 대상이 됐습니다.

이런 내용을 '결함'이라고 지적하면서, "대단히 엄중하고, 묵과할 수 없는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라고 비난합니다.


【 질문3 】
우리와는 확실히 온도차가 느껴지네요.
북한 방송을 보면 그래서 방역 캠페인도 많이 나온다면서요?

【 기자 】
네, 직접 한 번 보시죠.

▶ 인터뷰 : 조선중앙TV (지난 1일)
- "악성 비루스의 생존과 전파에 있어서 겨울철은 연중 최고의 활성기로서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마음의 장벽을 풀지 말자"고도 강조합니다.

다른 영상 같이 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지난 1일)
- "마음의 방비를 푼다면 지금까지 다지고 다져온 방역 장벽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단 것을 다시 한번 심전 깊이 쪼아 박아야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로 이러한 캠페인을 연일 내보내고 있습니다.


【 질문4 】
그런데 임 기자, 코로나를 지금 '비루스'라고 한 건가요?

【 기자 】
네, 북한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신형코로나비루스'라고 표현합니다.

백신 같은 경우도 '왁찐'이라고 합니다.

라틴어, 일본어에서 영향을 받은 표현으로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표현입니다.

【 질문5 】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북한이 이렇게까지 코로나 방역에 극도로 대응하는 이유가 뭔가요?

【 기자 】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일종의 '정치 사업'으로 간주한다고 보면 됩니다.

북한에서 정치 사업이란 체제의 안전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요.

코로나로 의료 방역 체계가 한 번 뚫리면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 인터뷰 : 조한범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의료 시스템이 붕괴돼 있습니다. 오로지 차단에 의존하는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사태로 북한이 문을 굳게 걸어잠근 상황에서 최근 논의되는 교황 방북, 신의주~단둥 열차 재개 가능성 등 움직임도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 앵커멘트 】
북한이 연일 코로나 확진자는 제로라고 확인되고 있는데, "북한에는 코로나도, 백신도 없다"는 말이 다 이유가 있었군요.
임 기자, 수고했습니다.

[ 임성재 기자 limcastl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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