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광주 찾아 "尹 호남비하 맹렬히 반성해야"

국민의힘 대권 주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3일 광주를 찾아 "5·18 관련 실언과 망언이 당과 주변에서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경쟁 상대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저격했다. 원 전 지사는 1일부터 4일까지 당 대선후보 경선 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막바지 일정으로 호남행을 택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광주 북구 국립 5·18묘지를 찾아 헌화했다.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양심수를 위한 무료 변론을 도맡았던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묘역을 찾아 무릎 꿇고 참배하기도 했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경선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우리 당의 변화와 대한민국이 가야 될 진정한 민주와 화합의 길을 다시 새기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역사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거나 불미스러운 발언·자세가 나오는 걸 보면서 너무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경선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논란을 빚은 '전두환 옹호' 발언이나 최근 불거진 서민 단국대 교수의 '홍어준표'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서 교수 논란에 대해선 "상당한 여론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분이 악성 댓글놀이 하는 데서 꺼낼 만한 표현을 동원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다른 후보를 비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을 향해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치관과 행동의 수칙들을 미리 국민과 지지자에게 제시하지 않았던 것에 원인이 있다"며 "후보와 진영 내에서 맹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이 호남 방문을 경선 이후로 미룬 결정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특히 '호남 분들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이 꽤 있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 "단순히 표현과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인식과 관련된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어떻게 보고있는지 잘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경쟁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힘 전체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잘못 풀어나가면 저희들도 졸지에 집단책임 비슷하게 비난을 받는 것 아니냐"며 "진정성과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가지고 빠른 시간 내에 광주 시민들을 만나뵙기 바란다"고 말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호남 동행'도 연신 강조했다. 앞서 당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대표가 호남에 사죄하고 동행 의지를 밝혀온 점에 대해 "진정성과 실천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호남 동행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주역으로 함께 서는 구체적 방안들을 제시하고 실천하기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고도 말했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