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회색 코뿔소' 누가 키웠나?
입력 2021-10-27 20:14  | 수정 2021-10-27 20:53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코뿔소 코뿔소'

가수 한영애 씨의 '코뿔소'란 노래에 재즈 감성을 더한 무대입니다. 파워풀한 음색의 '코뿔소'란 가사가 귀에 쏙 들어오지요. 그런데 이 '코뿔소'가 최근 경제부총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색 코뿔소'와 같은 위험요인들은 확실하게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회색 코뿔소'는 눈앞의 코뿔소가 날카로운 뿔을 가진 위험한 동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입니다.

재정·통화·금융 당국 수장들은 눈앞에 보이는 '회색 코뿔소'로 가계부채를 꼽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정부는 단계별 대출 규제를 바로 내년부터 시행하겠다며 제2금융권 대출까지도 옥죄기로 했습니다.

가계 빚 급증이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대출받기 더 팍팍해진다는 소식에 서민들은 하나같이 걱정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반면 은행들은 웃고 있습니다. 연일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거든요. 5대 금융지주들이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자로만 30조 원 넘게 벌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정부는 은행에 대출을 줄이라고 지시했고 은행들은 이에 맞춰 각종 우대금리를 폐지했습니다. 우대금리로 줘도 남는 장사였으니 그 금리로 돈을 빌려줬던 건데, 우대금리를 없애 빌려줄 때는 이자를 높이 받고, 예금할 때는 이자를 적게 주니 돈을 벌 수밖에요.

이 회색 코뿔소는 누가 키웠을까요. 집값을 올린 것도 정부, 전셋값을 올린 것도 정부, 사는 곳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빚을 져야 하는 서민.


정부는 코뿔소가 돌진해 오면 직진이 아닌 지그재그로도 피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요. 은행 배만 불리지 말고 국민의 숨통을 틔워줘야 하지 않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회색 코뿔소' 누가 키웠나?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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