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출근 한 시간 먼저 와 커피 타라"…26살 새내기 공무원의 죽음
입력 2021-10-26 20:54  | 수정 2021-10-26 20:58
커피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 사진=연합뉴스
유족 측 “커피 안 탄다 하니 괴롭혀”
대전시청 “부당한 지시 등 11월까지 조사”

직장 내 갑질을 호소하며 우울증 치료를 받던 대전시청 공무원 A 씨(25)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유족 측은 조속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 징계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1월 9급 공채로 임용돼 지난 7월 대전시청 한 부서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3개월 만인 지난달 2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A 씨는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차와 커피 등을 준비하고 책상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해당 지시가 부당하다고 느낀 A 씨는 ‘그럴 수 없다며 거절했고, 이후 팀원들로부터 업무협조 배제, 투명인간 취급 등의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대전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A 씨의 어머니는 어떻게 3개월 사이에 멀쩡했던 제 아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을 수 있냐”며 대전시청을 다닌다고 좋아하던 제 아이가 대전시청을 다녀서 죽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 아들은 8월 이후부터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잘 안 쉬어진다라고 했다”며 아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왕따 발언을 하는 동료와 12시간을 같이 있어야 했다.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동료에게 자존감을 많이 짓밟혔다. 대화에 끼워 주지 않았고, 팀 내에서 점점 고립시키고 괴롭혔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한 제 아들은 적절한 직무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부담과 책임감으로 하루하루 말라갔다”며 밥도 잘 먹지 못했고, 3개월 동안 5㎏이 빠졌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유족 측은 가해자들에 대한 감사 및 징계 절차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으로 인한 순직 처리, 시청사 내 추모비 건립 등을 요구했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 새내기공무원 유가족이 26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유족 측 변호인은 대전시의 미온적인 대처를 보며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조사할 최소한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괴롭혀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공무원의 직장 내 괴롭힘도 금지와 처벌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전시 감사위원회 측은 다른 사안보다 우선해 A 씨에게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11월까지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위원회 조사는 중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만큼 관계자를 조사한 뒤 관련 대책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24일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공기관 소속 응답자의 26.5%가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직장갑질 119는 올해 1~9월 제보 1694건 중 공공기관은 174건으로 10%를 넘었다”며 공공기관은 상명하복과 위계질서가 강해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정부 엄포에도 불구하고 갑질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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