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핏자국 묻은 의료장갑 세척해 수출"…'더러운 재활용품'에 미국 발칵
입력 2021-10-25 15:44  | 수정 2021-10-25 15:51
중고 니트릴 장갑들이 통에 잔뜩 담겨있는 모습. / 사진=CNN
‘코로나19 팬데믹’ 틈타 불법 유통 기승
사용한 니트릴 장갑, 새것으로 둔갑

피 묻은 일회용 의료 장갑이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새것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대거 수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의료용품 공급난이 발생한 가운데 수익을 노린 불법 업체들이 중고 장갑을 새것으로 세척 및 염색해 유통시켜온 겁니다.

24일(현지시각) CNN은 이미 사용됐거나 가짜인 일회용 니트릴 장갑 수천만 개가 태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니트릴은 라텍스, 비닐과 함께 일회용 장갑의 대표적인 소재입니다. 천연 고무를 소재로 해 제품 특성상 대부분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됩니다. 라텍스보다 피부 알레르기 반응이 적고, 비닐보다 내구성이 높고 친환경적이라 대개 음식점·호텔·반도체 공장 등 활용도가 높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개인방역 강화로 일반인 수요가 높아지며 가격이 급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미국에서는 개인보호장비 (마스크, 장갑. 가운) 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수입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틈타 불법 무역이 횡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CNN에 따르면 태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의료 장갑 제조업체인 ‘패디 더 룸(Paddy the Room)을 급습했다”며 현장에는 이미 사용해 더러워지고 핏자국까지 있는 의료 장갑이 창고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이주 노동자들이 파란색 염료를 이용해 다시 새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태국의 한 업체로부터 수입된 니트릴 장갑이 오염된 모습. / 사진=CNN

지난해 말 해당 업체에서 200만 달러(약 23억 4000만 원)의 장갑을 들여와 미국 내 유통회사에 넘긴 무역업자 타렉 커센는 일부는 지저분했고, 일부는 핏자국까지 있었다”며 또 일부는 2년 전 날짜로 적힌 표시까지 있었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유통회사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구매 대금을 환불한 뒤 FDA 등에 알렸습니다.

같은 기업에서 270만 달러(약 31억 5700만 원)를 수입한 루이스 지스킨는 저급 라텍스 또는 비닐장갑도 섞여 있었다”며 양심상 도저히 그 물건을 병원에 보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지킨스는 올해 초 FDA에 중고 의료용품이 새 것으로 둔갑해 수출되고 있다고 신고했지만 지난 8월에서야 ‘페디 더 룸에 대한 통관을 보류하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 미 국토안보부는 이 업체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태국 당국도 지난해 12월 해당 업체를 급습 조사하고, 창고 소유주 등을 체포하며 조사 중입니다. 다만 CNN은 불법거래 규모로 볼 때 비위생적 재활용 장갑 일부가 이미 의료 기관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