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히 주차한 후 직접 119 전화
"사람 친 줄 몰랐다…도주 아냐" 주장
재판부 "목격자 행세, 비난 가능성 커"
"사람 친 줄 몰랐다…도주 아냐" 주장
재판부 "목격자 행세, 비난 가능성 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목격자 행세를 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재근)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74살 A 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광주 서구 동천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승용차로 보행자 77살 여성 B 씨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습니다. B 씨는 차에 치인 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골반골 골절 및 출혈성 쇼크로 결국 숨졌습니다.
사고 직후 A 씨는 해당 아파트에 태연히 주차하고 걸어가던 중 직접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A 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묻는 119대원에게 "사람이 쓰러져 있어 차를 세운 것뿐이다"라며 목격자 행세를 했으나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용의자로 특정되자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교통사고 당시 차가 무언가를 타고 넘어가는 느낌은 있었지만 사람을 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주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직후 A 씨의 동선 등 정황 증거를 미뤄 해당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인식했음에도 즉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이 사건 교통사고의 존재 및 그 운전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를 역과하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즉시 구호 조치 등을 취하지 않고 목격자인 양 행세한 점은 그 비난 가능성이 크고,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기까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했고, 자신이 마치 목격자에 불과한 것처럼 행세한 것은 죄질이 매우 나빠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