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가 잘 벗긴다"…女환자 성추행한 물리치료사, 항소심서 무죄→유죄
입력 2021-10-24 11:45  | 수정 2021-10-31 12:05
1심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볼 수 없어"
2심 "통상적 환자 옷 위 촉진…치료 빙자 추행"

도수치료 중 여성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물리치료사가 2심에서 "치료 빙자 추행"을 이유로 유죄에 선고됐습니다.

성희롱 및 성행위 연상 행위…30대 물리치료사 징역형 집유

오늘(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2부(김진만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36살 A 씨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습니다.

A 씨는 2019년 5월 전남의 한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하면서 여성 환자 B 씨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는 B 씨에 "제가 스스럼없이 잘 벗긴다", 특정 부위를 만지고는 "남자친구 있으면 만져달라고 하면 되는데 저는 좀 그렇죠?", 목 뒤에 손을 넣어 팔베개한 상태에서도 "남자친구가 있으면 해봤을 것 아니냐"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또 B 씨의 상의를 가슴 아래까지 걷어 올린 뒤 배와 가슴 부위를 양손으로 만지고 B 씨의 손을 억지로 자신의 배에 갖다 댔으며, 피해자의 한쪽 다리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운 뒤 허리를 흔들면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행위도 했습니다.

1심 "성추행 증거 충분치 않아"→2심 "과도한 신체 접촉"


1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추행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등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 씨의 발언에 성희롱 여지가 있고 사전에 치료 행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과실도 있지만, 성추행했다고 볼 증거가 충분치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일부 행위가 치료상 필요했더라도 사전 설명이나 양해 없이 성희롱 발언을 했고, 과도하게 신체 접촉을 한 것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2심 재판부는 "통상적인 도수치료는 환자의 옷 위로 촉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환자의 맨살에 접촉하거나 신체 부위를 노출하는 행위는 최소한으로 제한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그 범위를 넘어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는 물리치료사로서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치료를 빙자해 추행했다"며 "피해자 역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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