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 "자궁 남아있어도 남성"…여→남 성별 정정 첫 인정
입력 2021-10-22 15:43  | 수정 2021-10-29 16:05
"신체의 온전성 손상은 자기결정권 제약"

자궁 적출술이나 고환 적출술 등으로 생식 능력을 제거하지 않아도 성별을 정정 할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 따르면,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 2부는 지난 13일 트렌스젠더(성 전환자) 남성 A씨의 성별 정정을 인정했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난 A씨는 중학교 3학년 즈음부터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지난 2019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성전환증 진단을 받았으며, 양측 유방 절제술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남성 호르몬 요법 등을 시작하며 외모와 목소리 등이 남성화 됐습니다.

이에 A씨는 2019년 12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도록 법적 성별을 남성으로 바꿔 달라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법원에 냈습니다.


2020년 4월 1심은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 중 양측 유방절제술 등은 받았으나 자궁 난소 적출술 등은 받지 않아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항고심 재판부는 "자궁 적출술과 같은 생식 능력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 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서 자기 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 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 하는 결과가 된다"며 성별 정정을 인정했습니다.

또 "신청인은 남성화 된 현재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분명해 여성으로의 재전환을 희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으로의 전환이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항고심의 판단은 대법원이 지난해 2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신청과 관련 사무처리 지침을 변경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외부 성기 형성 여부나 성전환 수술을 통한 생식 능력의 상실 및 재전환 가능성을 성별 정정의 '허가기준'으로 보던 것을 '참고사항'으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A씨 소송을 대리한 공감 변호사는 "이번 결정은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를 인정하며, 현행 대법원의 지침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성별 정정 절차가 형식적 요건 구비 여부보다 트랜스젠더 당사자의 구체적 삶을 보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