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두환 발언' 사과한 날, 개에게 '사과' 주는 사진 올린 윤석열
입력 2021-10-22 09:45  | 수정 2022-01-20 10:05
반려견에 사과 주는 사진 등 잇달아 게시
"국민 조롱" 비판…이준석도 "상식 초월"
윤 측 "약간의 재미 가미한 것" 논란 일축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사과한 날, 자신의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SNS에 올려 "국민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셉니다.

尹, '전두환 발언' 사과 후 반려견에 사과 주는 사진


어제(21일)와 오늘(22일), 윤 전 총장의 공식 SNS 계정과 반려견 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 토리스타그램에는 사과가 등장하는 사진이 잇달아 게시됐습니다.

어제 오후 토리스타그램에는 "토리야 인도사과다"라는 문구와 함께 사과를 토리에게 주는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이후 나무에 끈으로 사과를 달아 놓은 사진을 올리며 "석열이형 어렸을 적 아버지는 퇴근길에 사과를 하나씩 사 오셨대요"라고 적었습니다. 그제(20일)도 윤 전 총장의 돌잔치 사진과 함께 "석열이형은 지금도 과일 중에 사과를 가장 좋아한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평소였으면 반려견에 사과를 주며 MZ세대와 소통에 나선 행보로 봤겠지만 시기가 묘했습니다. 해당 사진은 윤 전 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에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립니다"라며 사과의 뜻을 밝힌 날 게시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라고 말해 '전두환 옹호'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같은 당에서도 비난이 쏟아졌고, 처음에는 "인재를 잘 기용해야 한다는 뜻"이라면서 해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어제 "발언의 진의는 결코 전두환에 대한 '찬양'이나 '옹호'가 아니었다. '발언의 진의가 왜곡되었다'며 책임을 돌린 것 역시 현명하지 못했다"라고 고개 숙였습니다.

"사과는 개나 줘라?"…반려견 사진에 경쟁 측 일제히 반발


이에 여명 홍준표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전 총장의 SNS는 '돌잔치 때 사과를 잡았다'며 국민을 상대로 첫 번째 도발을 감행했다"며 "국민의 빗발치는 사과 요구에 '송구하다'던 윤 전 총장은 새벽 사이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게재해 가뜩이나 엎드려 절받은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여 대변인은 "이게 '사과는 개나 줘'가 아니면 무엇이냐"며 "자신의 실수를 이해해주지 않고 비판하는 국민은 개 취급한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권성주 유승민 캠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누가 봐도 사진의 의미와 의도는 명확했다. 사과는 개나 주라는 것"이라며 "오싹하고 무섭다는 반응이 순식간에 퍼지자 약 1시간 만에 사진은 삭제됐다. 그러나 사진을 삭제한다고 이미 드러낸 본심은 국민들 뇌리에서 삭제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권 대변인은 "앞에서 억지 사과하고 뒤로 조롱한 기괴한 후보에게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은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보라 원희룡 대선 캠프 대변인 논평에서 역시 "사과마저 희화화하는 윤 전 총장 캠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SNS 담당자의 실수라 치부할 수 없다. 몇 번에 걸쳐 말을 바꿔가며 해명에 급급해하다 국민께 사과를 한 게 그리고 찝찝했던 것이냐"라고 꼬집었습니다.

신 대변인은 "사과를 개에 건네는 사진이 걸린 시간 동안 국민이 느꼈을 깊은 절망감을 생각해보라"며 "전두환 발언으로 국민께 큰 상처를 주었음에도 후보나 캠프나 진실한 반성이 없다.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마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하는… 착잡하다…"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尹 측 "인스타그램, 딱딱하면 재미 없어…심각한 것 아냐"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 권성동 윤석열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인스타그램이 너무 무겁고 딱딱하면 재미가 없지 않느냐"며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냥 약간 재미를 가미한 것"이라고 의연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논란이 확산하자 윤석열 캠프 측은 사과 관련 게시글을 모두 내렸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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