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위드 코로나' 두바이, 1년만에 외국인 관광객 '인산인해'
입력 2021-10-17 13:54 
지난 30일(현지시간) 2020 두바이 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 두바이몰을 방문한 단체 관광객들이 모여 있다. [박윤구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드론까지 띄워서 거주민 이동을 제한했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가 엑스포를 계기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6개월간 2500여만명에 달하는 세계인을 맞이하기 위해 출입국 제한은 물론 방역수칙까지 대폭 완화하면서 경제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엑스포 개막 이후에도 일 평균 코로나19 확진자가 100여명대로 급감하면서 경기회복과 방역강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초의 등록 엑스포 '2020 두바이 엑스포' 개막을 하루 앞두고 현지 쇼핑몰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두바이 몰 내 식당가에서는 빈 테이블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부르즈 칼리파 등 유명 관광지에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30일(현지시간) 2020 두바이 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 두바이몰을 방문한 단체 관광객들이 아쿠아리움을 구경하고 있다. [박윤구 기자]
두바이가 변이 바이러스 공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에게 문을 활짝 연 배경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상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석유 산업 중심의 아부다비와 달리, 부동산 개발·관광 산업 비중이 높은 두바이는 지난해 국가 차원의 봉쇄 정책으로 경제가 휘청거렸다. 그 결과 지난해 두바이, 아부다비 등 7개 토후국으로 이뤄진 UAE의 실질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5.9%, -2.1%로 후퇴했다,
두바이 현지 교민 A씨는 "불과 1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펼쳤던 두바이에서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작년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할 때는 거주민들조차 일주일에 3시간만 이동할 수 있었고, 차량 이동시에는 경찰에 사전신고하지 않을 경우 벌금까지 내야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2020 두바이 엑스포 개막을 기념해 두바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시내에서 마천루 야경을 구경하고 있다. [독자 제공]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접종률(92%)을 자랑하는 두바이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일 200여명대로 떨어지면서 최대 10인까지 한 자리에서 함께 식사할 수 있게 했다. 엘리베이터 역시 크기에 따라 3~4인만 탑승을 권고하고 있지만 유명 관광지 등에서는 이를 개의치 않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특히 두바이 국제 공항에서는 출발일 기준 72시간 내 실시한 PCR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는 영문 확인서만 제출하면 외국인 관람객들이 아무런 격리 의무, 방역 절차 없이 입국이 가능했다.
사실상 두바이 현지 일상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지만 기본적인 방역수칙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마스크 미착용시에는 한화로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인파가 몰리는 두바이 엑스포 내 주요 국가관에서는 시간당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외국인이 주로 찾는 호텔에 PCR 신속 검사센터를 마련하는 등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를 막기 위한 노력도 펼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2020 두바이 엑스포 개막을 기념해 두바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시내에서 마천루 야경을 구경하고 있다. [독자 제공]
이 덕분에 두바이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엑스포 개막 이후에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코로나팀(JHU SCCE) 등에 따르면 두바이의 7일간 평균 일일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0월 1일 285명에서 15일 123명으로 50% 이상 급감했다. 일 평균 3700여명의 신규 확진자로 팬데믹 여파가 가장 컸던 지난 2월과 비교하면 30분의 1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 아인 두바이가 위치한 인공섬 블루워터 아일랜드, 세계 최대 규모 무함마드 빈 라시드 도서관 등 다양한 랜드마크를 세운 두바이는 이번 엑스포 개최기간 동안 25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이를 통한 경제효과만 33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엑스포를 통한 고용 창출 효과만 90만명에 이르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3.1%로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일(현지시간) 2020 두바이 엑스포 개막을 기념해 두바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시내 쇼핑몰을 둘러보고 있다. [독자 제공]
두바이가 우리나라보다 한 발 앞서 '위드 코로나' 시대에 돌입하면서 막혔던 하늘 길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이 탑승객 부족으로 잇달아 주요 노선을 감편한 것과 달리 인천발 두바이행 에미레이트 항공편은 탑승율이 50%에 육박했다. 대한항공이 해당 노선 운영을 중단한 여파도 있지만 두바이가 중동·유럽 지역의 환승 거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전세계 각지에서 '위드 코로나' 실험이 진행되면서 해외 여행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국제터미널서는 체크인과 게이트 입장시 현지 격리의무 면제를 위해 '음성' PCR 검사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항공기 내부서는 좌석을 한칸씩 떨어서 배치하는 등 기내 모습이 사뭇 달라졌다. 또한 승객이 탑승하자마자 개인용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배포하는 동시에 혹시 모를 전파를 막기 위해 승무원들이 비닐 장갑을 끼고 담요와 헤드셋 등 이용품을 사용 여부에 따라 구분해 관리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2020 두바이 엑스포 개막을 기념해 두바이를 찾은 관광객들이 시내 쇼핑몰을 둘러보고 있다. [독자 제공]
[두바이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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