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운 신용카드 사용한 치매 노인 입건…결국 수백만 원 합의금
입력 2021-10-17 09:37  | 수정 2021-10-24 10:05
가족 측 "습득 사실조차 잊고 카드 쓴 것 같다…치매 노인 방어권 행사 어려워"

치매를 앓는 노인이 주운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형사 입건됐습니다.

어제(17일) 구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노인의 딸 A씨는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어머니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어머니가 주운 신용카드 2개를 교통비나 식비 등 일상생활을 하면서 수 차례 사용한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4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A씨 어머니는 일상생활은 가능했지만 인지 능력은 저하돼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A씨 가족은 평소 습관적으로 땅을 보고 다니며 떨어진 물건을 주워 모으던 어머니가 카드를 주운 뒤, 습득 사실을 잊어버린 채 자신의 카드로 알고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자식들이 놀랄까 봐 혼자 경찰 조사를 받아온 어머니는 경찰 질문에 적절히 대답조차 못 했고, 왜 남의 카드를 썼냐고 묻자 "일정 금액이 든 포인트 카드인 줄 알았다"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했습니다.


경찰은 카드 사용기간이 1달 이상이고 횟수도 많아, 결국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에 의한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법적으로 선처를 받기 위해선 피해자와의 합의가 필요해, A씨는 빠듯한 사정에도 돈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건넸습니다.

피해자 2명 중 1명은 A씨 어머니의 사정을 듣고 "얼마나 힘드시냐"며 약간의 위로금만 받고 합의했고, 85만원의 손해를 본 다른 피해자는 경찰 조사받느라 영업까지 못 하게 됐다며 수백만원대 합의금을 요구했습니다. 따라서 A씨는 이 피해자에게 230만원을 주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치매 어르신을 모시는 가정이 많은데 이런 사건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취지에서 이를 알리고 싶다"며 "치매 어르신은 수사 기관 조사를 받을 때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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