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출 규제 강화에 벼랑 끝 몰리는 '빚투'…"점진적 거품 제거 필요"
입력 2021-10-14 08:30  | 수정 2021-10-21 09:05
금리 단계적 인상 가시권…인플레 등 대내외 악재로 증시 불안

국내외 인플레이션 우려와 초저금리 정책의 정상화 추진으로 대출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기준금리의 단계적 인상을 앞두고 '빚투'(빚내서 투자)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면 무리하게 빚을 낸 사람들의 부실이 커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어제(13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9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52조7천억원으로 올해 들어 63조9천억원 늘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1~9월 기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019년 33조4천억원에서 2020년 71조2천억원, 올해 95조3천억원으로 커졌습니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한은이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대출 금리 인상은 시간문제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대내외 여건 변화 등을 짚어보고,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회의(11월)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높은 상승세는 대내외 충격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급변할 경우 금융의 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자산 거품이 빠질 경우 2030세대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20~30대의 올해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12.8%로, 나머지 연령층의 7.8%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집값 상승에 따른 20~30대의 전세자금 대출이 21.2% 늘었고 신용대출도 20.1% 증가했습니다. 신용대출 일부는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30대가 올해 상반기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대출받은 금액이 약 28조 7천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신규 대출액의 68% 수준에 달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의 이자율이 올라가게 됩니다. 빚을 내서 산 주식의 주가가 내려가면 이자 부담까지 손실은 더 커집니다.

최근 대내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3,0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자산시장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국내 금융시장은 더욱 급변할 수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옥죄고 있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달 중에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가격이 급등한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그러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부채 수준과 자산시장 거품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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