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시다, 취임 후 문 대통령과 통화 안 하는 이유?…"총선 의식"
입력 2021-10-12 19:48  | 수정 2021-10-12 19:48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 / 사진=기시다 후미오 트위터, 연합뉴스
日언론 "31일 예정 중의원 선거 의식"
"韓 2순위 그룹…축하 서한도 답 안 해"

지난 4일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가 취임 9일째인 오늘(12일)까지 성사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 언론이 이를 두고 "총선을 의식한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오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외무성과 총리실(관저)이 애초부터 기시다 신임 총리가 조기 통화할 국가 그룹에 한국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늘 기준 취임 후 총 5개 국가의 정상과 전화 통화를 진행했습니다.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같은 날 호주, 7일 러시아, 8일 중국·인도 정상과 통화했습니다. 통화 시간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각각 20분으로 가장 짧았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30분으로 가장 길었습니다.

총리 취임 직후 정상 외교 순서는 새 일본 정상이 어느 나라를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메시지입니다. 이에 매체는 "기시다 총리가 '1순위' 그룹으로 안보 연합체 쿼드(Quad,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4자 간 협의체) 회원국을 꼽았다"며 "한국은 1순위에 들지 못한 2순위 그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보낸 축하 서한에 대해서도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매체는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오는 31일 예정된 중의원 선거를 의식한 측면이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매체는 "집권 자민당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중국이나 한국에 저자세를 보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기시다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 순서를 늦춤으로써 한국과의 외교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떨쳐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수장인 파벌 고치카이(宏池会·기시다파)가 전통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온건한 외교 노선을 취한 반면, 일본 정부는 일제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소송·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현안에 대해 한국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매체는 "일본 정부는 한국 측과 12일 이후 일정으로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를 조정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취임 9일째 문 대통령과 첫 통화를 했습니다. 오늘 통화가 불발됨으로써 기시다 총리와 문 대통령의 첫 통화는 스가 전 총리 때보다 늦어지게 됐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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