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맹증은 어두운 곳에서 물건을 식별하지 못하는 증상을 의미한다. 발생 원인은 비타민 A의 결핍, 약물 독성, 여러 망막질환 또는 백내장이라고 주로 알려져 있지만, 유전성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도 있다.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은 천천히 진행되거나 악화되지는 않지만, 시력 저하나 사시가 동반될 수 있다. 문제는 일반적인 안과 검사로는 발견하기 어렵고, 특히 검사가 잘 안 되는 어린아이인 경우 뇌 질환, 시신경 이상 등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뇌 MRI 촬영 등 잘못된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 등 관련 연구가 이어져 왔지만, 한국인 환자들의 증상과 유전학적 특성을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주광식·우세준 교수팀(강남세브란스 한진우 교수)은 한국인의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 양상을 확인하고 유전학적인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을 진단받은 한국인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연구를 진행한 결과, 환자들이 주로 갖고 있는 유전자를 중심으로 △시력 변화 △사시 △안구진탕(눈떨림)의 여부를 확인했으며 'NYX·CACNA1F유전자'가 있을 경우 시력 저하, 사시, 안구진탕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나머지 유전자는 없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로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 환자의 직계가족이나 위의 증상을 보이는 유·소아에게 정밀검사를 시행해 해당 유전자를 발견한다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진단할 수 있으며, 이들의 시력을 조기에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광식 교수는 "한국인 선천성 비진행성 야맹증 환자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NYX와 CACNA1F유전자는 빛 신호를 전달하는 세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특별한 가족력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야맹증, 눈부심, 약시 등의 증상이 있다면 유전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우세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인 선천성 야맹증의 임상 양상과 유전학적인 양상을 규명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며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을 파악한다면 향후 조기 진단은 물론 치료법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학 및 유전체학 분야의 대표적인 학술지인 'Genes'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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